금년에는 지루한 무더위 길기만 하더니 今歲支離?暑長
달밤의 서쪽 문에서 처음으로 서늘한 바람 맞았네 西門月夕始迎涼
매미 소리 누가 말린 듯 갑자기 뚝 그치고 蟬聲猝遇銜枚氏
온갖 풀벌레 응원 받은 듯 마구마구 울어 되네 蟲語如循協律郞
눈 비비고 마을앞길 바라보니 훤히 트였는데 前路拭眸淸世界
회고해보니 괴롭던 더위일랑 생각이 안 나네 苦緣回首冷思量
가을의 꽃에 가을열매 시절은 좋기만 한데 碧花紅穗時光好
도처에서 날 부르며 주책없는 늙은이 잘도 봐주네 到處携吾恕老狂
「夜凉」
- 시를 쓴 연대가 임진(壬辰:1832)년 가을인 추석 무렵으로 추정, 다산 70세 즈음-
얼마전 태풍이 지나간 하늘을 처다보며 운전을 한 적이 있다.
무서운 기세로 휘돌던 구름에 가렸던 하늘이 한 여름 빨래 마르듯
바싹 말라 버린 구름 때문인지 높고 청량한 기운이 더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제 가을이겠구나...'하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물론 그 다음 날의 한 낮은 정말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밤기운은 제법 서늘하다.
서울 사는 지인이 감기 조심하란다.
서울은 밤 기온이 이미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서늘한 가을밤,
내 인생의 이 한 대목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라도
지금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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