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와 사랑 ]
내 나이 약관일 때 담배를 배웠다.
그리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도 담배는
항상 내 주머니 속에 있다.
시작할 그 때는 건강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른이 되고파서 피기 시작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끊지 못하고 있다.
20대에는 담배 피는 모습이 멋있다는 소리에
갖은 모양을 내며 피기도 했었고
30대에는 일하는 모습의 대명사로
혹은 사람을 만나 열심히 교제하는 양념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여겼었다.
40대에는 오래 살겠다고 담배를 끊는 친구들을 보면서
점차 그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50대,
60대,
70대....
내친김에 100살?
생존하기 위해 들여 마셔야 하는 공기 속에
죽을 지도 모르는 연기를 섞어 마시며
매번 당장 죽지 않아 이어온 습관,
건강하게 살려고 멀리해 보지만
손 가까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멍한 시간에도
긴장되는 순간에도
불현듯 찾아드는 공백을 메워주는
사랑이 아쉬울 때 입술을 애무해주는 묘약이다.
내 나이 약관일 때 사랑을 배웠고
그리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도 사랑은
항상 내 왼쪽 가슴 심장 가까이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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