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차원 초음파 진단기를 처음 개발해 관심을 끌었던 `벤처 신화의 주인공` 메디슨은
2002년 부도가 나면서 세상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2005년 무렵부터 재기에 나서 회사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시장 가치가 부도 이전 수준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 세계 5위 초음파 장비업체로 우뚝 올라섰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칸서스인베스트먼트가 공개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힌 이후 인수전에는 삼성전자 · SK ·
올림푸스 · 필립스 등이 참여할 정도로 알짜 회사로 부활했다.
`뉴(새로운) 메디슨`을 이끈 주역이 손원길 부회장(57)이다.
손 부회장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직원의 사기를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경영에 실패한 기업이 재기가 힘든 이유는 패배 의식 때문입니다. 특히 인수당한 기업일수록 직원들은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메디슨을 인수한 것도 경쟁력 있는 인재 덕분이었고 이들에게 다시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손 부회장은 2008년부터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 · 우리금융을 거쳐 칸서스파트너스 대표로 재직 중에
메디슨 사령탑을 맡았다. 금융전문가로 잘 알려진 손 부회장은 당시 제조업이 처음이었다. 더욱이 헬스케어 분야는
일반 기업과 달리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기업을 이해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갔고 메디슨 경쟁력은 결국 인재라는 판단에서 인재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꾸었다.
손 부회장은 “흔히 어려워진 기업일수록 인원 감축과 사업부 조정 등 일련의 조정 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지만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었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인원을 감축하기보다 비주력 부문을 분사하고 핵심 분야는
오히려 인력을 더 늘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도가 날 정도로 회사가 힘들었지만 월급과 직원 복지 등은 최대한 손을 대지 않았다.
직원 대부분이 회사를 믿고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두 팔을 걷어붙였다.
“경영의 본질은 똑같습니다. 인재가 결국 회사의 명줄을 쥐고 있습니다. 인재를 움직이려면 제일 먼저 투명해야 합니다.
투명해야 소통이 이뤄집니다. 무엇보다 경영진을 믿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 내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면
그만큼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도 그렇지만 임원은 물론이고 직원과도 가급적이면 사적인 만남을
배제할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손 회장은 아예 메디슨 건물을 재단장하면서 회의실에서 대표이사와 임원실, 사내 모든 사무공간을 투명한 유리로 교체했다.
대표가 직접 나서는 대신에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기존 임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이들 중심으로 시스템을 개편했다. 60~70명 정도 혁신 리더를 선별해 사기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창의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도 앞장섰다.
인재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사내 MBA를 도입하고 다양한 어학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 덕분에 메디슨 직원은 스카우트 일순위였지만 부도 직후에도 회사를 떠난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손 부회장은 소통과 인재를 중시하는 창의적인 기업문화 정착과 함께 연구 개발 분야도 공을 들였다.
“메디슨은 제조업이라도 결국 기술이 뒷받침돼야 지속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년 연구 개발 투자를 매출의 10%까지 유지한 배경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12%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덕분에 인수 이후 평균 150건의 새 아이디어가 특허 등록과 출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디슨은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4000억원에 달하던 부채를 모두 털어냈고 순자산만 1500억원으로 늘어났다.
12개국에 법인을 두고 110여 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정도로 수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매출 2600억원, 영업이익 550억원을 낙관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기업 개선이 아닌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는 메디슨을 만드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경영이야기(CEO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O연구]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를 위한 기업의 준비 (0) | 2010.11.30 |
---|---|
[CEO연구] 사옥 보다 공장 (0) | 2010.11.30 |
자기 경영 시대 (0) | 2010.11.12 |
생각의 힘이 강한 조직 만들기 (0) | 2010.11.09 |
위대한 기업들이 왜 사라지나 (0) | 2010.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