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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낯선 삶, 낯선 세상 12.

 

 

12. <낯선 바람>

 

 

늦봄과 초여름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나선 아침 풍경 위로
낯 선 바람 한 줌이 뿌려진다.

 

어디서 온 걸까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바다를 건너
마침내 다달은 갯골의 구비를 돌며
어린 게의 집게 손가락을 쓰다듬고
숨이 넘어갈듯 입을 벌린 조개의 혀를 간지르고
환영하듯 두팔을 벌린 해송의 바늘잎도 어루만지고

 

바람길을 막아선 줄지은 마천루도 가볍게 돌고
새벽을 달리는 작은 자동차와 경주하며 도로를 타고
전신주를 타고 노는 새벽 까치의 날개 아래에 숨어
동쪽으로 난 작은 창 반쯤 열린 틈을 비집고
아침 물질하는 작은 화분의 콧잔등을 지나
잠을 깨려 토해내는 담배 연기를 헤치며
뒷산 꼭대기를 향해  너풀너풀 날아가는 모습

 

바라보는 미소에 앙증맞은 꼬리를 흔드는 저 바람은
어디로 가려나
촉촉한 구름에 잠긴 하늘에 닿으며 잠시 쉬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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