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낯선 세상, 낯선 삶>
한 끼 밥에 구들목 한 자리면
동네 인심이라 자랑하던
식객이 낯설지 않던 시절
간난 아기 젖 동냥 인심도 박하지 않았고
한 끼 밥 동냥에도 체면이 있고
가난했어도 인심이 낯설지 않던 시절
부모가 아니라도 보살펴 주는 선홍색 짙은 피가 흐르던 시절
부모말고는 의지할데가 없는 회색 빛의 혈육이 사는 시절
과거에 떨어졌다 목멜 줄 밖에 모르던 놈
성적이 떨어졌다 땅 속 깊이 낙하하는 녀석들
출세해야 한양가고 출세해도 고향을 그리던 시절
출세하러 서울가고 출세하면 고향이 없어지는
뚱뚱한 서울만 더욱 특별해지는 시절
할미 고쟁이 춤의 꼬깃한 박하사탕을 기다리던 손
할망구 고쟁이가 꼬린내 난다 도망가는 발
그런 이야기를 전해 주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런 이야기를 전할라치면 궁상이 되어 버리는
겨레라 말하기엔 부끄러운 막잡이들만 남은 시절
내가 키운 아이들의 삶이 낯설어지고
나를 키운 부모의 삶도 잊혀지고
부모를 따르자니 기억이 가물하고
아이를 따르자니 말도 손도 모두 낯설고
포기하기엔 너무 젊은 중년
욕심을 부리기엔 너무 늦은 노땅
노땅이 노땅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은
낯섦이 익숙해 지는 세상
낯선 삶이 운명이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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