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 조직과 울새 조직
1900년대 초반까지 영국 가정에 배달되는 우유병에는 뚜껑이 없었다. 그 덕분에 새들, 특히 영국 박새와 울새들은 우유병에 부리를 박고 윗부분에 떠오른 크림을 빨아먹을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우유 배달업자들은 결국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에 우유병을 알루미늄으로 밀봉하는 기술을 도입해 새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풍부한 영양소가 녹아 있는 크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새들은 마개를 뚫어 보려고 용을 썼다. 박새들의 노력은 결실을 봤다. 1950년대 초, 당시 약 100만 마리에 달했던 영국 박새 전부가 알루미늄 뚜껑을 뚫는 방법을 터득했다. 울새는 달랐다. 일부 똑똑한 울새는 뚜껑을 뚫는 데 성공했지만 집단 전체가 학습하는 데는 실패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저명한 생물학자인 앨런 C 윌슨은 이 현상을 혁신(innovation)과 이동성(mobility), 사회적 전파(social propag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박새들은 8∼10마리씩 무리를 지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반면 울새는 기본적으로 텃새다. 수컷 울새는 다른 수컷이 자기 영역으로 들어오는 걸 한 치도 허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서로 적대적인 태도로 의사소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알루미늄 마개를 뚫는 법(혁신)을 발견했을 때 박새들은 떼를 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이동성) 구성원 모두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사회적 전파)했다. 반면 울새들은 이따금 한두 마리가 마개를 뚫는 데 성공했지만 그 지식이 종족 전체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혼자서 자신의 영역 지키기에만 집중한 탓이다.
혁신을 창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문제는 혁신을 어떻게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느냐다. 부서 간 장벽에 갇혀 서로를 적대시하며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울새’ 조직이라면 아무리 출중한 개인이 혁신적 성과를 낸다 한들 조직 전체로 혁신이 확산되기 힘들다.
혁신이 조직 전체로 스며들도록 하려면 연구개발, 생산, 영업 등을 한데 아우르는 기능간부서(cross-functional team) 설치 등 조직 내 장벽을 걷어내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추진하는 ‘박새’ 조직이 돼야 한다.
혁신의 확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조직 내에 ‘학습하는 문화(learning culture)’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무리를 지어 서로 간의 지식을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없다면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종업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있다면 울새와 박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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