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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낯선 삶,낯선 세상 24. [우리가 사람임을 믿어야 산다]

 

 

[우리가 사람임을 믿어야 산다]

 

세상의 모든 형체는
시간이라는 공간위에 그린 그림
빛은 붓이요 그림자의 여백이다.

 

빛은 시간을 흘러 형체를 세우고
형체는 시간을 흘러 공간을 채우고
시간은 공간을 흘러 형체를 허문다.

 

다만 한 줄기 빛이 없다면
그림자가 없으므로 형체도 없고
형체가 없으므로 공간도 없고
공간이 없으므로 시간도 없다.

 

우리의 모든 인생도
결국은 그림이다.

 

빛으로 채색되고 그림자로 채워지고
시간을 만들어 시간을 흐르고
공간을 만들어 공간에 깃들고
형체를 만들어 의미를 따지는


의미 있는 그림과 의미 없는 그림
빛은 그것을 따져 보여주지 않음에도

 

의미 있는 시간과 의미 없는 시간
공간은 그것을 가려 담지 않음에도

 

의미 있는 인생과 의미없는 인생
시간은 그것을 따로 모으지 않음에도

 

우리 모두는 빛도 시간도 공간도 아닌
그저 작은 형체임에도

 

우리는 빛도 만들고
시간도 만들고
공간도 만들며 산다
믿는다.

 

결국 우리는 믿어야 살고
믿으며 사는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람임을 믿어야
사람답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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