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集이라는 물건]
진실로 공감하리라 마음 먹고
제법 색바랜 시집을 책장에서 꺼낸다.
새벽 기도 가는 정성으로
아침 공양의 경건함으로
늦은 밤을 녹아 내린 그리움으로
한 줄, 한 단어를 읽어 보지만
공감은 늦가을 한기처럼 냉랭할 뿐
그들의 언어가 내게 그렇듯
나의 언어가 그들에게 그렇다면
일상에서의 쓰레기가
감성에서의 낙엽으로 변하는 순간이 아니라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런 흔적이라면
그들의 유희가 때론 눈물이 되고
그들의 치열한 삶이 때론 시답잖은 글귀가 되는
그런 작은 공간
이제 그 공간을 닫으며
새로 산 시집마저 책장에 꽂는다,
나의 유희와
나의 치열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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