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厚愛
이제 당신을 잊으려 한다.
하지만 헤어진다 말하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숨긴 그 사랑이 더욱 커진 때문이라.
헤어짐은 여행이라
나는 추억의 숲으로 향한다.
빼곡한 가지마다 열리고
풀잎 이슬마다 아롱진
미소와 한숨을 세면서
자줏빛 숲 요정과 함께
한 줌 공기로 변하여
당신이 하늘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그 호흡 언저리에 머물리라.
헤어진다 말하지 않고 잊는다 하여
사랑함에도 그런 말 한다 하여
당신 내게 서운타 한다면
내 당신을 위해서
더 이상 사랑도 하지 않으리라.
2. 자욱눈
이제 더 이상 가슴에 담지 않으려 한다.
당신의 전부를 담고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하여
갈라진 심장을 메우려던 불면不眠 때문이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날로 커져
가슴이 터진 때문이라.
내 항상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다가 보이는 낯선 언덕
사랑의 시원始原은 늘 한결 같음에
파도가 전하는 소리가 다를 뿐
내 가슴에 더 이상 있지 않다 하여
당신 내게 서운타 한다면
사시사철 자욱눈 내리는 꿈길 위로
함께 하던 추억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남기리라.
3. 離別後愛
당신 내게
봄으로 머물다
가을 되어 돌아간다 하지만
사랑은 내게
여름으로 다가와
겨울 되어 머문다오
그대 혹시
가슴에 그리움 자라거든
그저 빈 어깨에 시선視線 하나 올려두면
내 한 줌 바람으로
당신을 도닥이고 있으리라.
4. 男過女
남자는 거지다.
돈에 고개 숙이고
힘에 무릎 꿇고
사랑에 굶주린
남자는 다 거지다.
여자는 바보다.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목숨 거는
여자는 다 바보다.
거지가 바보를 만나 살면
바보 거지
바보가 거지를 만나 살면
거지 바보
그래도 거지와 바보는
사랑 때문에 웃고 산다.
5. 질투 嫉妬
질투가 없다면 사랑이 있을까?
사랑이 없다면 질투가 있을까?
내 입술에 네 입술 겹쳐있고
내 손 끝에 네 손 끝 닿아있고
내 下草에 네 체온 남아있거늘
낯선 남정네 만나
말하고
악수하고
밥 먹는다 하니
네 입술
네 손 끝
네 체온이 근심이라
질투는
사랑의 별이라.
내 온종일
별 하나 가슴에 띄우고
무심한 척
담담한 척
재災만 가득 쌓는다.
6. 사랑 미각 味覺
사랑은
톡 쏴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취醉해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품어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아껴 먹어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은근해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간절해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헤어져야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새 것이 제 맛이다
아니다
사랑은 묵은 것이 제 맛이다
아니다
아니다
사랑은…
이 맛이 무슨 맛이지?
7. 동화
사랑을 꿈이라 하면
아픔이 너무 생생하고
사랑을 현실이라 하면
기쁨이 꿈처럼 몽롱하고
흰색 건반에
검은 건반 걸치듯
사랑은
꿈 같은 현실이거나
현실 같은 꿈
가깝고도 먼 거리
시나브로 왔다가
이별의 벼락이 치고
천둥처럼 왔다가
메아리처럼 아련한
사랑은
알다가도 모를
동화집 한 권
8. 일기예보
너를 보내고 돌아와
눈물 같은 술 한잔 놓고
가슴만으로 울다 보니
어느새 취해 있다.
사랑에 우는 건
여자만의 특권이 아닌데도
남자는 이별을
훈장처럼 달고 살아야 한단다.
그래서 남자들은
숨겨둔 사랑에 울면서도
거짓 사랑을 토악질하는
불쌍하고 여린 짐승이다.
남자들이 술잔을 들고
그 사랑을 토해 낼 때
추억은 눈물이 되고
가슴엔 홍수가 진다.
남자들이 술을 마실 때는
그 날의 일기 예보는 항상
구름
또는
비
9. 이별 편지
당신의 사랑으로 인해
내가 여자로 태어날 수 있었음을
감사 드립니다.
우리의 만남의 주변을 서성이던
그 이별은 이제
미련의 상처와
추억의 붕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의 봄은 향기로웠고
우리의 여름은 뜨거웠습니다
우리의 가을은 화려했고
우리의 겨울은 순수했습니다.
당신과의 만남은 늘
어김없는 전율이었고
아름답고 행복했으며
생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조용히 환상을 벗어야 할 시간
외로움이 그리움이 되었듯이
그리움은 외로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내 삶에 고독이 온다 해도
그것은 당신으로 인해 즐거울 것입니다.
그대여,
내 진정 사랑하는 그대를 가졌기에
나는 이별에 지고도 이긴
승자 입니다.
내내 행복 하소서.
10. 사모 思慕
내가 당신을 처음 본 날은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나만의 당신을 처음 본 그날은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수줍지도
주저하지도 않는 모습으로
당신의 동상을 덮었던 그 모든 휘장을
내게로 던지면서 오직 한 마디
사랑합니다...라고 만 했습니다.
그날 이후
내 삶의 고백들은 항상
당신을 염두에 둔 것이 되어 버렸으며
당신의 호흡은
내 삶의 모든 순간에
스며든 촉촉한 안개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운명은
알 수없는 열정으로 역류를 거듭해온
바다의 한 무늬를 닮았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강조차
끝까지 거스를 수 없는 무모한 열정,
떨어진 낙엽을
가지에 붙여 매는 처절한 반항,
첫 눈을 스카치테입에 붙여
봄을 맞겠다는 허적한 고집,
이런 감정의 편린들이 세월을 엮고
먼 훗날 내가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할 때
내 무딘 입술을 깨치고 나올 그 한마디는
"당신이 있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을 간직할 수 있는
한 남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라는 말입니다.
11. 사랑장章
태초에
사랑이 있었느니라.
사랑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질투를 낳고
질투는 사랑을 낳고
사랑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이별을 낳고
이별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고독을 낳고
고독은 외로움을 낳고
외로움은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믿음을 낳고
믿음은 소망을 낳고
소망은 인내를 낳고
인내가 의심을 잉태하니
사랑은 마침내
이별을 낳았더라.
이별은 추억을 낳고
추억은 미련을 낳고
미련은 후회를 낳고
후회는 그리움을 낳고
그리움은 희망을 낳고
희망은 다시 그리움을 낳으니
그 그리움이 사랑을 낳아
눈물과 한숨과 걱정과 고통과
시기와 질투와 고민과 고독을 낳으나
후에
태초의 사랑이 낳은 행복이 나와
이 모든 것을 감싸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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