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What money can't buy)>
- 마이클 샌델-
이 제목 때문에 내가 이 책에서 발견했어야 할 것에 대해 잠시 방향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흔히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과 살 수 있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산다는 것의 해결 되는 유무형의 공간인 '시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데 아주 사소한 혹은 뻔한 답을 낼 수 있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에 집중하고 말았던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되면서 무형의 상품은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서비스'라고 불리는 (아니 차리리 포장된다고 봐야 한다.) 무형의 상품의 발전은 그 동안 은밀한 거래로 여겼던 가치나 신념을 바꾸거나 버리는 대가를 개인이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가격에 준하는 상품 가격으로 거래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저자가 말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의석 수에서 불리한 여당이 야당 의원을 매수하는데 들이는 비용은 차기 공천의 보장과 당시 공천가에 얼마를 더하는 식이었다고 한다면 꽤 합리적인 비교 대상을 가진 셈이다.
사실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선으로 여겨지고 능력 발휘의 산물로 여겨지는 한 시장은 양심이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시장에도 양심을 요구한다. 양심적인 가게, 즉 양심적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양심적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 양심이 나에게 이익을 줄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폭리는 결국 나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가. 만약 사람이 좋아서라면 다른데 보다 좀 더 비싸도 그 사람이 하는 가게에서 사는 것이 맞다. 사실 우리가 시장에 양심을 요구하는 이유는 달리 있어야 한다. 즉 바람직한 거래나 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이어야 한다. 그리고 돈은 그런 시장의 기능을 유지 촉진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도구에 국한되어야 한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막강한 돈의 힘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돈 앞에 무너지는 자기 존엄이나 신뢰의 붕괴를 암시하는 것이다. 아니러니 하게도 돈의 속성은 신뢰다. 돈은 신뢰를 상실하면 더 이상 돈이 아니다. 교환가치에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돈이 되겠는가. 그러나 개인은 돈을 이유로 신뢰는 저버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그것은 기업도 마찬가지고 자유경제를 신봉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최소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율을 얻는 것이 능력이라 가르치고 믿는 사회는 이미 신뢰라는 것을 언제든지 무너뜨릴 준비가 된 사회이다.
주식을 도박으로 아는 사람은 정말 그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도박하는 사람보다 일명 뽀지를 뜯는 도박장 주인이 언제나 돈을 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국가가 그것을 정상적인 산업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의 자본 조달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사실 속임수다.국가는 알고 있다. 그것은 기업이라는 도박장의 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애둘러 한 말이라는 것을. 기업의 이익 성과를 나누는 주식분담금이란 금액이 주식 가치(주식에 투자한 돈)에 비에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안다면 주식을 국가에서 인정하는 도박으로 말하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님을 알것이다. 왜 주식을 거론하는가 하면 심지어 국가 조차도 돈 때문에 바람직한 거래나 교환이 아닌 것을 하나의 사장으로 인정하고 양성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바람직한 거래와 교환'에 시장을 설명하는 방점을 찍어야 하고 그 속에 도구로서의 돈을 명확히 공감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맞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모두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다면 어쩌면 자본주의는 부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모두의 행복을 꿈꾸는 공리적 사회주의를 떠올려 본다. 아마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 것이다.
PS)토론은 생각의 거리를 좁히는 소통의 수단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차이를 발견하는 일이다. 하지만 다름의 인정도 때론 무책임한 방기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자기 생각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고 매너있게 자기를 주장하는 토론은 그저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유희...놀이 나쁘지 않는 것이리라. 그런데 왜 이리 난상토론이 그리운 것일까?떠오른 생각으로 말을 전할 것이 아니라 다듬은 생각으로 글을 전하는 난상토론이 이 공간에서 일어 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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