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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시집 <병든 서울> 오장환

 

         <노래>

                                       - 오장환

 

 

깊은 산골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온종일 소나기가 내리퍼붓는다

 

이윽한 밤늦게까지
온 마음이 시원하게
쿵,쿵,쿵,쿵 가슴을 헤치는 소리가 있다

 

이것이 노래다.

 

산이 산을 부르는
아득한 곳에서
폭포의 우람한 목청은
다시 무엇을 부르는 노래인가

 

나는 듣는다.
깊은 산골짜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 소리

 

 


오장환의 시집을 읽다보면 유난히 어머니와 향수와 그리고 노래라는 단어가 많구다. 이런 이유로 그의 서정에서 여성성을 발견했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남자의 센티한, 감상적인 혹은 예민한 감수성이 모두 다 여성의 몫이 아니다. 또 오장환의 시를 세심하다 표현한다. 그래서 또 여성적이라 한다. 하지만 세심 도한 여성의 몫이 아니다. 그저 사람의 몫이다.

 

나는 이 시가 오장환의 시론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 또는 시심은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내리는 소나기 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늘 강렬하게 있는 무엇이다. 그런 소나기가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가슴을 헤치는 소리가 되면 그것이 노래라고 했다. 시는 언어의 노래다. 우리는 노래를 통해 서정을 표현하고, 공감하고, 추억하고, 그리움과 아픔을 달래거나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도 한다. 그래서 노래는 흥도 나고,잔잔하기도 하고,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기에 가락이 다 다르다.오장환은 우람한 목청을 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서 울리는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 마냥 할 말이 참 많았던 사람이다. 비록 오장환이 세상에서 누린 시간에 비해 남긴 말들이 많지만 억수에는 미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가끔은 내 가슴 속 어딘가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억수로 소나기가 내린다 싶은 때가 있다. 그 소나기는 그저 울림일 뿐 가락가락 다른 소리가 구분되지 않아 슬플 때가 많다. 내 가슴 속 어딘가에 비밀의 창고가 있는데 열쇠가 없어 열어보지 못하는 난감함, 그것이 내 안에 있는 노래를 듣는 나의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