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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스크랩] [금연부(禁煙賦)]

요즘 담배 가게에 가면 없는 담배가 많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내가 피는 담배는 사람들이 그리 선호하는 종류가 아닌지 없는 경우가 없다. 주인이야기를 빌자면 담배값 인상 이야기가 메스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 사람들이 담배를 매일  한보루씩 사가는 사람이 늘었단다. 특히나 담배를 끊을 자신이 없는 하루벌이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매일 몇 갑을 사간단다. 아마 담배값 때문이라도 다음 선거는 한나라당 텃밭이 흔들릴 것이라며자기의 정치적 예측을 피력하기도 한다.

 

이번 담배값 인상을 보면 일본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이 우리 보다는 먼저 담배값을 올렸다. 그리고 금연구역이란 것을 설정한 것도 일본이 먼저다. 8년 전 쯤인가 일본 신주쿠를 걷다가 경찰에게 담배를 피웠다고 잡힌 적이 있었다. 어제부로 신주쿠 일대가 금연구역이 되었으니 나보고 지서로 가서 벌금을 내란다. 좀 황당해서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사업상 잠시 다니러 와서 몰랐다고 영어로 답변했다.그런데 마주잡이로 벌금을 물리겠다 해서 외국인에게 공지를 하였느냐 따지고 그 쪽은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고 우기면서 한국사람은 담배 꽁초를 길거리에 마구 버린다며 가래뱉는 시늉까지 내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담배 꽁초를 모아 둔 휴대용 재털이를 보여주며 내가 한국인이라 그러냐고 따졌다. 솔직히 다음 일정도 있고 해서 벌금내고 말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제부터 발효된 법을 외국인인 나보고 어겼다고 벌금 내라는 행패가 도저히 용압되지 않았었다. 오기가 치밀었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쉽게 알아들을만한 욕으로 쓰는 영어 단어 몇개를 연신 내뱉으며 눈을 부라리고 몹시 흥분한 재스켜를 취했더니 그 파출소 소장 쯤으로 보이는 양반이 여권을 보자해서 주었더니 그냥 가란다. 일본말은 알아들으면서 영어로 대답하는 내가 좀 의심스러웠단다.  아무튼 그 얼마 뒤 다시 일본을 찾았을 때 신주쿠와 록본기 주변에 비즈니스 빌딩이 밀집한 곳에는 흡연방이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정말 의외의 변화였다. 일본은 담배 예절이 우리와 같지 않아 아빠와 딸이 커피숍 같은 곳에서 같이 답배를 피는 경우도 허다하며 비즈니스 목적으로 처음 만나는 노인들도 그 당시 새파랗게 젊은 나에게 담배를 권하고 같이 끽연을 한다. 그리고 한국 담배가 인기가 좋아 그리 비싸지 않은 선물로 제격이어서 그분들을 다시 만날 때는 일본식 예법인 '오쿠리모노'로 훌륭한 소품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본이 변했었다. 그 뒤 얼마지 않아 한국이 비흡연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흡연자를 점점 발암물질 유포범으로 몰아가는 형국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국민의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갸륵한 충정으로 담배값을 거의 두배 가깝게 올리겠다는 이야기가 현재 거론되고 있으니... 차라리 담배 인삼공사를 없애고 담배 유통을 금지시키지 서민들 주머니에서 세금 좀 더 걷겠다고 차마 그렇게는 못하는 얄팍함을 보인다. 

 

나는 거의 36년을 흡연한 사람이다. 중학교 때 부터 교내 화장실 족속 중 하나였다. 중간 중간 끊고자 해서 몇 달 안피운 적도 있고 몇 년간은 집에 있을 때는 담배를 피지 않은 적도 있지만 쉽게 끊지 못하는 습관으로 남아 있다.아마 본격적으로 하루 한갑 이상의 담배를 풍족히(?) 피우기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가 아닐까 싶다. 요즘 담배 피던 주변 친구들도 50고개 넘으면서 10에 여섯은 끊고 있고 사십들어 끊은 담배를 지금 껏 잘 참고 있는 친구들도 많다. 나도 차에서 피다 떨어진 담배재에 가끔 옷을 태워 먹기도 하고 책상 위가 작은 담배재로 군데 군데 있고 특히 키보드 틈새에 껴서 깔끔 떠는 나를 도발케한다. 그래서 항상 물티슈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날 그 모습이 문득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끊자고 마음은 먹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리고 정부 발표 후 하루에 한 갑 피는데 매일 두 갑을 산다. 책상 서랍 하나를 비워서 매일 한 갑씩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 딸아이 하는 말, " 아빠, 나 아빠랑 오래 보면서 살고 싶거든~" ㅎㅎ 무섭다(예전에 누가 이런 말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는 말 "담배값이 만 원쯤 오르면 우리 아빠 성질에 더러워서 끊을텐데..." 정말이다! 그러면 더럽고 아니꼬와서 끊는다. 그런데 이 놈의 정부가 많아 보여도 아주 적당히 올려서 필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내겐 문제다. 그래서 생각을 했다. 내가 이런 얄팍한 정부에 끌려 다닐 것인가?  그것이 더 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담배값 인상이니 뭐니 나하고 전혀 무관한 일로 만들어 버리기로 했다. 비흡연자가 되는 것이다. ㅎㅎ

 

사실 나의 끽연 습관은 예전에는 봉지 커피 한잔 하는 것과 결부되어 있었고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카드 놀이 할 때는 그냥 줄담배를 피곤 했다. 그리고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한답시고 자리에 앉을 대는 여지 없이 담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나를 세뇌시켰기 때문에 지금도 담배 없이는 한 줄 글을 쓰기 힘들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글쓰기와  커피를 연동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커피를 연하게 내려서 한잔하고 다시 물 한컵을 조금씩 나눠 마시고 또 커피 한 잔을 따라서 다 마셔 간다. 뭐, 담배 없어도 주저리주저리 키보드 위를 손가락이 지나고 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봐야겠다. 어느날 딸아이가 "아빠 담배 끊었어?"라고 물으면 "우리 딸 오래 오래 보고 싶어서 끊었지~"라고 말해 주련다. 아들이 섭섭할련가?ㅎㅎㅎ 그런데 이 책상 서랍 속의 담배는 어쩌지? ㅋㅋㅋㅋㅋ 화형식을 거행할까 보다!

출처 : 파피루스 아침 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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