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 ]
거지 보다 더 거지같은 짓을 하는
거지같은 놈들이 연출하는
정말 거지같은 장면을
외면하고 걸어나온 나는 거지다
이 추운 밤에 어디로 가라고
몰아내는 놈들이나
몰려 나가는 분들이나
사람에 휩쓸리면
그 놈이 그 놈인데
옆에서 한마디 거들지도 못하고
거지처럼 도망쳤다.
나도 딱히 묘수가 없으니
오늘도 역사에는
여행객처럼 꾸민 노숙인들이
작은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기차 시간을 기다리듯 앉아 있다.
딱 보면 아는데
그리고 그 옆에는
똑같은 차림의 여행객 하나
차표 한 장 손에 쥐고 졸고 있다.
그냥 봐서는 모를까봐
곧추 서지도 못한 자존심이다
세상 살이가
서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진짜 있는 놈은 있는 티 안내고
진짜 없는 놈은 없는 티도 못내고
그저 고만한 것들끼리
있는 티 없는 티
도토리 키재기다.
누가 부족하다고 손내밀어도
조금이라도 나눠 줄 마음 없다면
그 놈 마음에 거지가 들어 앉은게다.
그건 손내미는 거지가 부끄럽지 않을
그런 거지같은 인생인 게다.
정치며 경제며 사회같은
거지 깽깽이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신문이라는 뻔한 종이는
역사 한모퉁이에 분리수거되어 잠잔다.
에라이 거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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