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깢 땅콩이 뭐라고]
친구들은
날개 없이 하늘을 날며
꽃밭에서 일한다고
비행 유부남이라 놀렸다.
단체 미팅을 주선하면
코 삐뚤어지게 술을 사겠다며
엄지 손가락 치켜 세우고
애원의 눈길을 보내던 그 친구들이
얌마 때려 치우라며
욕을 담아 위로한다.
불혹, 참아내는 것이 익숙해지는 나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어릴 적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마흔 넘어 무릎 꿇고 숙인 고개가
마흔 넘은 철부지에게 조롱 당하던 날
나는 날개 없이 이국 땅에서 추락했다.
우리 아버지
남자는 함부로 무릎 꿇지 말랬는데
비굴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밥줄 움켜진 철부지의 채찍에
꽃밭의 꽃 한 송이 꺾여 나갈 까봐 꿇은 무릎 위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새끼들의 눈동자
배가 고파도 치욕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어떤 이는 죽지 못해 살 수 있는 자유
유치원 때부터 돈으로 구분되는 평등
물타기만 아니면 눈물 나게 고마운 검찰의 정의
이런 자유 평등 정의가 살아 있다는 내 조국 대한민국
남의 가장을 무릎 꿇릴 자유
입사 후배가 사장이 되어 군림하는 평등
윗 분 눈치 보느라 스스로 노비가 되어 협박하던 정의
이런 자유 평등 정의가 돈으로 세워진 내 직장 대한항공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 말할 수 없는 아비보다
비굴했던 기억으로 평생 가슴을 채찍질할 남자 보다
빽 없고 힘 없어 고개 숙인 남편보다
그깢 땅콩이 뭐라고,뭐 그리 대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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