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
십 수년 전에
호기 있게 하나에 천원을 불러도
적다며 볼을 메던 딸이
어느 날 염색 약을 사 들고 왔다.
새치가 아니라
흰머리라는 분명한 정의를 들고
용돈벌이 장난감이 너무 많아져 슬프다고
원래 새치란 게
흰 머리카락이 날 나이가 아닌데도
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것이라지
세월을 건너 만난 동창들은
성기고 쉰 서로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쉰 게 아니고 새치가 늘었다고
도닥여 줄 만큼 때가 묻었다.
부모님 안부를 물으면
어느 한 분은 분명
새치가 하나도 없는 민머리로
하얀 가루가 되셨다 한다.
반가운 사람보다 그리운 사람 더 많아지고
웬만하면 病 하나는 명함처럼 들고 다니며
아린 상처들을 가슴 가득 담고서도 웃어 내는 새치들
그래도 소주 한 잔에 추억을 담아내면
어느새 유치한 유년과 청년이 살아나고
백발은 새치가 되어 흐뭇하게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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