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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모래시계(2)

 

[모래 시계]
 

시간은 언제나 증기 기차처럼
과거를 향해 흔적을 날리면서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진
아주 긴 선로를 달리는 것이었지

 

세상의 모든 생물의 시간은
심지어 땅속에 뿌리박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의 시간도 사실은 미래로
미래로 폭주하는 것이라 여겼다

 

동그란 시계는 그저
그 선과 선을 이어 붙여 영원을 표현한
인간 염원의 상징이라고

 

동심원의 시계를 시침과 분침과 초침이 돌며
시간의 나이테를 켜켜이 쌓아가고
마침내 가장 작은 동심원 사이로
모래를 닮은 사람이 흐른다.

 

시간의 총량이 정해지고
시간만 남고 시점이 사라진다.
미래와 현재와 과거가 일목요연하게
현재에 자리잡는다.

 

미래의 중심이 과거의 중심으로 쌓인다.
과거는 끊임없이 미래를 받아들이며
중요한 과거들은 시간의 주변으로 밀어낸다

 

미래는 모든 사소한 것들까지
과거의 중심으로 밀어 내고는 
투명하게 자리 잡은 허공

 

삶의 관문이 죽음의 관문으로 역전하는 순간
시간이 사라지고 시점이 자리 잡는다.

 

그 시점으로부터 번져 나오는
인간으로서의 절망
신의 손길이 요구되는 시점

 

과거가 미래가 되어 미래였던 과거로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희구하며
간절히 두 손 모으는 순간이 현재의 끝에 매달린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무심한 손 하나에
뒤집혀 흐르는 모래시계, 나 그리고 인간
저 미세하게 들리는 시간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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