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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오는 일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오는 일]

 

세상을 오르듯 산을 오른다.
잊기위해
생각하기 위해
마음을 버리기 위해

 

항상 정상이 고민이다
정상에는 숲이 없다.
다만 막힘 없는 시야에 대한 기대
바람이 심하다
이제는 이기겠다는 심사로 다시 오른다

 

한해 동안 지친 황토 위로
붉은 강이 흐르고
강을 마신 바다가
노을을 뿜는다

 

멀리 와락와락
귀신들이 쏟아지는 공동묘지
윤기나는 비석 위로 싱싱한 새 이름들
세상에는 문패가 사라져 간다
이름값을 하며 살기보다
숨길 것이 많아야 잘 산다는데

 

지금 이 산봉우리에 서 있는 이유는
거창하게 바람을 딛고 선 것이 아니라
바람이 허용한 그 공간에
잠시 스며들었을 뿐

 

내려가야 한다
마음 같지 않은 몸뚱이를 끌고
마음을 둔 풍경을 향해
뜨거운 가슴 하나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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