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불꽃을 위한 기도]
처음 성냥불을 받아들이던
아주 작은 불꽃이 되어
남아있는 심지의 끝을 모르는
촛불을 앞에 두고 기도합니다.
주신 몸
주신 영혼
처음 잉태된 기쁨 그대로
마지막 역시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기를
삶의 마지막이
작고 초라해 보일지 모르나
그 역시 주어진 것이며
주신대로 감당하고 갔노라고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몸이 되어
돌볼 수 있는 마음자리를 깔았고
더운 입김으로 전하는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쳤노라고
별들은 이 촛불을 그저 한갓진 산속에서
잠시 핀 것으로 여길지 모르나
그도 저 별들처럼 또 하나의 별을 다듬는 마음으로
자신을 태워 또 하나의 촛불을 켜고 갔음을
이 심지가 다하기 전에
그 삶의 의미를 온전히 옮기게 하시고
숨어든 바람으로 갑자기 끄지 마시고
마지막 심지가 다하는 모습마저 지키게 하옵소서.
주신 몸
주신 영혼
처음 잉태된 기쁨 그대로
마지막 역시 같은 마음이도록 인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