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풍경>
2월이 흔들린다
검은색 외투에 묻은 햇살이
나비처럼 나폴거리며
옷고름 풀어 내린 저고리 속살을 비추고
바짓가랑이 춤에 달린 음탕한 눈들이
힐금힐금 모여든다.
웅크려 주름졌던 초라한 와이셔츠
담쟁이 가지 치듯 빨랫줄을 타고 놀고
아무렇게나 틈을 비집고 자리 잡은 스타킹이
발레리나의 다리처럼 곧게 뻗은 한나절
겨울에 길들여진 불온한 빨래들이 몸을 말리며
촉촉하고 따뜻한 봄을 길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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