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한기 훈련>
오랜만에
아니 기억이 허물어져 가는 세월이 되어서야
시베리아에서 쏘아져 올렸다는 칼날 같은 바람이
심장 가르는 소리를 유리창에 매달고 있는데
움츠린다고 피할 수도 없고
꽁꽁 싸맨다고 따뜻한 공기를 숨 쉴 수도 없는데
난데없는 둥근 얼굴이 칠흑 같은 어둠 옆에 떠올라
참으로 고요한 하늘을 그리고
어렵게 구해 온 석유 몇 방울을 머금고
저렇게 기분 좋아 춤을 추는 난로 위에
보글보글 끓어올라
주전자를 탈출한 물방울 하나
스펀지 같은 유리창에 들러붙어 마침내
길고양이 비명을 동무 삼아 동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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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며칠 밤이면 동네 길고양이들의 울음이 예전에 비해 더 날카로워습니다.
이런 날씨를 겪어 보지 못한 탓이겠지요.
사무실 아래층 비어 있는 방의 문을 좀 열어 두고 못쓰는 담요도 깔아 두었더랬습니다.
아침에 보니 다녀간 흔적이 없더군요. 억지로 데려다 놓을 수 있는 녀석들도 아니고...
출처 : 파피루스 아침 독서회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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