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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생림(鉎林)


[ 생림(鉎林)]


비가 내린다.
병상의 아버지 어깨 닮은
앙상한 바위 사이
좁은 길


숨비소리 닮은 호흡
입술 마른 목소리 위로
꽃을 뿌리는 비가
바람 춤을 춘다.


가끔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귀로 듣고도
믿기 싫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인 것이
우리 삶


접어지지 않는 관절에
휘어지고 오그라든 뼈마디
찾아 온 이의 독백을
강요하는 침묵에
생명이라는 가치가
삶의 의미 아래로
자맥질하고 마는
그러나 그 존재만은
너무 충분한 의미로
나의 현재 위로 비상한다.


힘 없는 아비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마음 문을 열었다.
당신의 삶이 결국
나의 삶이었고
나의 삶이 결국
당신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점점
산꼭대기 위층의
허공을 닮아 가고
그 아버지의 녹슨 숲
어딘가의 길을
혼자 중얼거리며
거칠게 걷고 있는
2017년 봄날의
어느 한 점
생림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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