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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타산지석 단상]나는 생각하는 아빠일까?

[ 나는 생각하는 아빠일까? ]

 

어느 물회 식당에서 손님과 식사 도중에 목격하게 된 일이다.

바로 옆 식탁에 이제 30대 중반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부부와 두 아들이 저녁을 먹고 있는

장면이다.

 

입 벌려! 안해? 어서!! 어어? 이런 말을 하면서 엄마는 연신 맵게 보이는 물 회 한 점과

야채를 젓가락으로 집어 아이 입에 들이대고는 연신 협박이다. 아이는 방안 한 모퉁이에

몰려 앉아서 입을 꽉 다물어 아래로 뛰어나오고 , 눈은 아래로 깔고 결사적으로 그러나

겁에 질린 것이 역력한 표정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이 때 앞에 앉는 아빠가 아내에게 한마디 한다.

그만둬!

꽤 단호한 어조였으나 엄마가 계속 아이 입에 회를 들이대고 먹이려 하자,좀 신경질적인

어조로 그만하라니까!라고 한마디 더 한 뒤 , 아이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문을 이어간다.

 

너 지금부터 아빠가 양배추만 먹일꺼야

 

그리고 먹지마! 그리고 집에 가서 아빠가 맞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그리고 옆자리의 우리를 의식한 탓인지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단호하지만 자상한 말투를 위해 목소리를 낮게 바꾸고는  

,한 번도 아빠에게 안 맞아봤지? 내가 너를 한 번도 안 때렸지만,오늘 니가 드디어

알게 될꺼다!

 

상황이 이쯤 되니 우린 서둘러 밥을 먹고는 자리를 먼저 일어서게 되었다.  

 

아마 이런 광경을 경험하신 분들이 상당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느끼셨는지

 

혹은 본인이 그런 장면을 연출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는 합리적인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할 것인가? 

 

우리가 아이들의 버릇을 가르치는 방법은 대체로 자신이 경험한 것을 그대로 투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부모에게 당한 것을 그대로 자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특히 기분 나빴던

것은 다음에 내가 부모가 되면 저렇게 안 해야지 했던 것일수록 더 똑같이 아이에게 하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자신에게 학습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 가르치기는 학습의 수준을 넘어서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그런 상황이 마련되면 어김없이 똑 같은 방법으로 나오는 것이다.

 

둘째는 , 아이 가르치기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적절한 학습을 하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각인된 방법 이외의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망각이다. 어린 시절 자기 자신도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분명한 아이였음을 망각하고 그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아이로 자신의 아이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릴 때 부모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였음을

주장하고 싶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자식에게 음식을 억지로 먹이려는 부모의 심정은 음식을 가리는 버릇을 고치겠다는 의도이거나, 먹기 싫어하는 것은 알지만 몸에 좋은 것을 억지로라도 먹여보겠다는 것이다.

억지로 먹이는 음식이 소화인들 제대로 되겠으며, 설사 먹는다 하더라도 그런 기분으로

먹은 음식이 몸에 좋게 작용하겠는가?

 

아이들의 식습관 고치기는 그런 식으로 식당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싫어하는 음식을 먹게끔 색다른 요리를 해서 만들어 주거나,상당한 기간을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해서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 식당에서는 식탁의 매너를 가르치면 그만이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이는 곳에서 가르치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바로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 대한 관심이 생활 속에서 녹아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소 자신의 아이들을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스스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이켜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해하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의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는 연습부터 우리는 다시 해야 한다.(나 만인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인격체로 대접받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가

되고, 그런 어른이 된다. 그리고 그 어른이 그렇게 아이를 가르치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것에서부터 신뢰 속에 숨어든 부조리를 학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참 생각 없는 부모가 아닌가?

하지만 다소 모순이 있더라도 그 행동이나 말에 내재된 사랑을 아이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이야기한 것이 조금의 위로는 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들은 매맞은 것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은 커서 엄한 아버지는 되기 싫단다.

 

얼마 전에 그런 아들에게 매를 댄 적이 있다.

세 번 말로 해서 안되면 자기가 맞을 매를 고르게 하고, 몇 대 맞을 지도 정하게 한다.

다만 나는 강도를 조절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에게 폭력을 학습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매를 드는 것을 자제하려 하지만, 말로 해서 안될 경우는 매를

든다는 것을 아들과 반 강제로 합의한 것이라 원칙 준수 차원에서 매를 든다.

그 날은 거짓말에 관한 잘못이라서 좀 아프게 때렸다.

그리고 나서 영 속이 편치 않아 잠자리에 들기 전의 아들을 안고 물었다.

 

많아 아팠어?

괜찮아요~

 

아빠는 너 때리고 나면 마음이 많아 아파~

제가 잘못했는데요 뭘~

 

아빠가 우리 아들 사랑하는 거는 알지?

~ 하며 가슴속을 파고 든다.

 

애고~ 맞은 놈이 아빠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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