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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내 고향 먼 곳 - 조병화

 

지금 나는 내 회상에 앉아 있다

 

지금 나는 내 미래의 회상에 앉아 있다.

 

내일의 어제를 지나며

 

그 어제가 될 오늘을

 

대서양 물가에서 손을 적신다

 

 

 

인생은 회상을 사는 거

 

회상은 회상을 만들고, 회상을 살고

 

회상하다 회상을 두고

 

회상 속에 혼자 사라져 가는 거

 

살아도 살아도 모자라는 그 회상을 산다

 

 

 

내 고향 먼 곳

 

고향으로 떠나 고향으로 가는 길

 

대서양 물가

 

길 잃은 갈매기처럼 손을 적신다.

 

(1969.9.24. Lisbon, 대서양 물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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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1969년에 출간된 내 고향 먼 곳에라는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이책이 16년 후에 제 손에 들어 왔고

그리고 22년을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얼마나 이 책에 눈길을 주었는지... 부끄럽습니다.

 

대학시절 저는 이 책을 통해 시를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동엽 시인이나 조병화 시인처럼

시라는 언어의 형식을 통해 풀어내는 철학을 좋아합니다.

 

조병화 시인이 1921년 생이시니까 이 시는 그가 50이 다 되었을  때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를 사랑하셨던 분입니다.

 

40년이 다되어가는 시집 한권이 차분한 주일 오후를 가슴 벅차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