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 시대의 5현제 중 마지막 황제로 칭한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있있는 '명상록'이란 이 책으로 인해 그는 후기 스토아학파 哲人의 한 사람으로
인정 받고 있다.
哲人 皇帝, 철학을 사랑한 임금이다. 지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임금이다.
지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식을 다듬고, 발굴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후대에 전하는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 것이리라.
어떤 이는 철학을 "존재에 대한 지성의 철저한 싸움이다" 라고 표현한다.
모든 것에 대해 철저하게 그 사실뿐 아니라 의미까지도 알고 싶다라는 인간 이성의 교만이 빚어낸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학 시절 현대 철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본 책에서 기억 나는 철학에 대해 몇 가지 정의들이 있다.
“ 철학은 '산다는 것'이 아니고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색한다는 것'이다.
또한 철학은 '의심하는 것'이다.”
실사구시의 학문 자세를 강조했던 다산 선생이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 펄쩍 뛰면서 일갈을 토하셨을 것이다.
산다는 것이 안다는 것과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만하고 행동하지 않는 다면 도대체 철학은 우리 삶에 무슨 유익을 준단 말인가?
사람이 받아들일 건 받아 들여야지 매사 의심만 한다면 그래 가지고 어떻게 사람과 더불어 살겠는가? 라고 하시지 않을까?
당시 운동권 학생들에게 그를 몹시도 존경스러운 인물로 만들어 주었던 책이다.
그 책에서 저자의 주장도 앎이란 삶에서 녹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밥만 먹고 살지는 못하게 만들어 졌다. 그래서 '진리'라는 '생각의 장난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진리란 스스로 자기를 보증하는 것'이란 정의를 만들어 냈고,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궤변을 늘어 놓는 자들을 ‘현학하는 자’
혹은 소피스트라 경멸적인 호칭으로 부르면서 " 자기 스스로의 인격적 완성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를 통찰하는 자기와의 대화"
라는 개념으로 철학의 본 때를 다듬어 왔다.
이런 철학의 입장을 좀 상고해보면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그의 저서인 이 명상록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 도대체 황제였다는 사람이 왜 이리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
일부 이해가 간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가 쓴 이 문장은 그가 왜 철학에 대한 애착을 가졌는지에 대해 이해를 하게 한다.
“ 철학하기에는 인생의 어떤 다른 상황도 네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만큼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통치자, 냉엄한 정치 현실 속에서의 고독이 베어 나오는 독백이다.
권력의 정점에서도 완벽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완전히 소유한 깨어있는 정신으로서 살기를 원한
이 철인황제에게 한편으로는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 나는 예전부터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를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흡사 잠언을 대하듯이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좋은 말들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었고
말이 꼬여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분간하기 힘든 문장을 가지고 고심하면서 책을 읽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철인 황제가 ‘자신의 철학의 대상과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고 정의하고나니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잠언은 부수적인 수확이 되었다.
이 사람은 무엇을 고민했던 것일까?
이 사람은 그것을 어떻게 정의했었나?
이 사람은 어떻게 고민했나?(철학했나?)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얻었으며 이 책의 저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독서의 입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흥미를 끈 것이 독백적인 2인칭 화법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스스로를 권면하거나,
사유의 단상들에 대한 기록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2인칭의 화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기 고백적 성찰도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대화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논리의 흐름을 매끄럽게 가져가고, 때로는 자신의 상반된 두 가지 생각에 대해서
변증법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책의 여러 부분에서 발견되는데, 예를 들면 신의 섭리가 반영된 이성적 존재로서의 선한 인간과 본성적으로 충동적인
부정적인 인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론은 양자 다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서로 간섭하려 하지 말고 인정하라는 합의를
도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5장 25~26절 참조)
또한 변화가 항상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일어나는 합리적인 결합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에서도 그의 변증법적인 思惟觀을 옅볼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대화의 형식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 가진 답을 스스로에게 말하는 셀프 멘토링적인 기법이라고 하면 현대적으로 해석된 용어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고민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책에 담긴 내용 중에서 철학의 자세라든지, 죽음에 대한 관념이라든지, 보편적 이성과
우주의 순환적 원리에 대한 고찰의 내용이 없다면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리더십이나 인생의 변화 관리 기법서이거나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를 다룬 지침서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그가 삶에 자세라든지, 삶에 있어 추구해야 할 덕목이라고 기술한 내용들을 한 번 추려보자.
- 겸손과 남자다운 기백
- 경건과 선심과 나쁜 생각 조차 멀리하는 태도
- 검소한 생활방식
- 배우는 것에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노고를 참고 견디고
- 적은 것으로 만족하고
- 내일은 내가 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고
- 중상 모략에 귀 기울이지 않기
- 쓸데 없는 일에 애쓰지 않고 유행하는 놀이에 마음을 뺏기지 않기
(메추라기 싸움- 아마 사행성 오락인듯)
- 솔직한 비판을 참고 견디고
- 철학과 친숙해지고
- 공허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쓰지 않고
- 훈계하는 말을 하지 않고
- 교묘한 말을 멀리하고
- 정독하여 책을 읽고
- 피상적인 사고로 만족하지 않고
- 자유롭게 사고하고
- 요행을 바라지 않으며
- 남을 가르칠 때 조급하지 않으며
- 상냥함과 가식 없는 위엄과 친구들에 대한 배려와 관용
- 자연에 맞게 살고
- 모든 사람들에게 잘 적응하며
- 인생에 필요한 원리들을 정확하고 목표에 맞게 파악하고 정리하며
- 격정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동시에 정감이 넘치며
- 칭찬하되 요란 떨지 않고
- 박식하되 과시하지 않고
- 남의 흠을 들추지 않고
- 스스로 일깨우게 도와 주며
-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소홀하지 않으며
-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밝혀 지인들이 추측을 막으며
- 자제력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도 쾌활하며
- 원만한 성격으로 맡은 일을 불평 없이 해내며
- 선행을 베풀고, 너그럽게 용서하고, 정직하며
- 일하기를 좋아하고 끈기가 있으며
- 모든 일에 자족하며
-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며
- 매사에 신중하고 굳건하며
- 스스로 주의하여 건강을 돌보고
- 사치하지 않으며
- 교만하지 않으며
-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 남자답게 꾸밈없는 위엄과 자연스런 호감과 독립심과 정의감을 가지고 의연히 행동하고
- 이성적 판단에 따라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 매사에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 경건함과 평온한 표정을 보이며
이상의 내용은 ‘명상록에 발췌한 삶의 자세’라고 이름 붙일 만한 내용들이다.
사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지만 독자에 따라 지나치게 교훈적이어서 따분해 질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그가 이런 것들을 추구했다는 것은 물론 존경할만하다.
그러나 조금 방향을 달리 보면 이 양반 좀 피곤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래의 내용들은 성공 행동 코칭이나 브라이언 트에이시 같은 요즘 유행하는 리더십 과정에서 듣는 메시지와 비교해보더라도
손색이 없는 표현들임을 알 수 있다. 목표 설정의 필요성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태도, 계획의 필요성뿐 아니라 실패 극복하기,
스트레스 관리 기법,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법등에 이르기 까지 구체적인 행동의 방법이나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 번 감상해보자.
- 어떤 일을 하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행동하라
-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 감수성과 통찰력을 가지고 자연과 친숙하라.
- 지나친 호기심과 악의를 피하라.
- 공동체를 무시하고 사전 검토없이 성미에 맞지 않게 행하지 마라.
- 자기 생각을 화려하기 치장하지 말고, 수다 떨지 말고,일을 많이 벌이지 마라.
- 올바른 이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온 마음을 다하여 그 쪽으로 향하고 네가 발견한 최상의 것을 즐겨라.
- 절도 있고 정화된 사람이 되고
- 네 판단력을 존중하라.
- 현재에 집중하라. 나머지는 살았거나 불확실하다.
- 목표를 향하여 서둘러라. 헛된 희망을 버리고 네 자신이 염려된다면
아직 그럴 수 있을 때 네 자신을 돕도록 하라.
- 남이 나를 알아 주지 안더라도 화내지 말고, 순결하게, 조용하게, 떠날 각오를 하고
자신의 운명과 사이 좋게 지내며 삶의 목표에 도달하라.
- 네 의견을 버리면 피해본 느낌이 사라지고, 그러면 피해도 사라진다.
- 네게 이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활용하라.
- 사물의 양면을 다 살피고 너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지 말라. 너 자신을 단순화시켜라.
- 불운에 감사하라. 오히려 이것을 용감하게 참고 견디는 것은 행운이다.
- 결점을 훈련을 통하여 극복하라. 자신의 태만을 무시하거나 즐기지 마라.
-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만족하라.
- 매번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매사를 올바른 원칙에 따라 행하는데 싫증내거나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마라.
네가 무엇을 지향하든 그것을 사랑하라.
- "지금 나는 내 영혼을 어떤 목적에 쓰고 있는가? 매사에 이렇게 자문하라.
- 네 마음은 네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같아질 것이다. 영혼은 생각에 의해 물든다.
그러니 어떤 생각을 떠올리면서 영혼을 염색하라. '나는 잘 살 수 있다'
- 어느 누구에도 그 본성이 참을 수 없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감내할 만한 고통만을 주신다 라는 성경의 구절과도 통한다)
- 마음은 자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촉진시킨다.
그리하여 방해가 도움이 되고,길을 막으려 한 것이 길을 열어주게 된다.
- 네 이성적이 성향으로 타인의 이성적인 성향을 움직여 그에게 지적하고 타일러라.
- 네가 올바른 길을 가고,올바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은 언제나 네 힘에 달려있다.
- 운 좋은 사람이란 자신에게 좋은 운을 나눠 준 사람이고, 좋은 운이란 좋은 성향, 좋은 충동, 좋은 행동이다.
- 복수하는 최선의 방법은 네 적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 가식은 무서운 사기꾼이다. 그리고 네가 진지한 것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굳게 믿을 때 가장 현혹되기 쉽다.
- 자신의 고유한 소질에 따라 활동하고 다른 것을 자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직업과 기술이 추구하는 목표다.
- 너에게 어떤 일이 어렵다고 해서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에게 가능하고 인간 본성에 맞는 일이라면 너도 틀림없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
- 인생에서 육신이 아직 굴복하지 않고 있는데 영혼이 먼저 굴복한다는 것은 치욕이다.
-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너에게 달려있다. 사물들을 네가 보아온 대로 다시 보도록 하여라.
다름아닌 그것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기 대문이다.
-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 마라. 너는 성벽을 공격하는 전사처럼 맡든 바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변화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 네가 갖지 않은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네가 가진 것 중 가장 값진 것을 골라, 그것을 갖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갈망했을까를 생각하라.
- 명성은 새 모래가 오면 지난 모래가 묻히듯이 먼저의 것들은 나중 것들에 금세 가려진다는 점도 명심하라.
- 불의의 공격에 대비하여 꿋꿋이 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삶의 기술은 무용의 기술보다 레슬링의 기술과 더 유사하다.
- 도움을 받는데 지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너는 남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을 받는데 지치지 마라.
- 행동을 할 때는 "이 행동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내가 이 행동을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하고 자문해 보라.
- 너의 생각을 바꿔 네 잘못을 시정해 주는 자를 따르는 것이 의지의 자유와 상충되지 않음을 명심하라.
- 겸손하게 받고, 흔쾌히 내어주라.
- 네 인생 전체를 그려보고 낙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아가 너를 짓누르는 것은 미래도 과거도 아니고 언제나 현재라는 것을 상기하라.
- 현재의 이 시간이 너에게 선물이 되게 하라.
- 어떤 외적인 일로 네가 고통을 당한다면, 너를 괴롭히는 것은 그 외적인 일이 아니라 , 그에 대한 네 판단이다.
- 일단 너 자신에게 선하고, 겸손하고, 진실하고, 지혜롭고, 공감하고, 고매하다는 이름을 붙인 다음에는
다른 이름이 붙여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볼 수 있거늘 무엇을 망설이는가? 그것이 보이거든 뒤돌아 보지 말고 흔쾌히 그것을 향해 나아가라.
- 너는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있는가?
- 남이 행하는 모든 일에서도 되도록 너 자신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
- 적절치 않으면 행하지 말고, 진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
아우렐리우스 강사님은 말한다
“ 인생에 목적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온 마음을 다하여 현재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에 맞서 네 원칙을 수립하고 네가 원하는 미래의 네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그것이 이루어 지도록 노력하라. 네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온 우주가 네가 응답할 것이다” 아마 이 황제가 현세를 산다면
이미 오래 전에 자기 이름의 코스웨어를 개발해서 명상록 리더십 강의 회사의 회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또 어떤 고민을 했는지 살펴보면 눈에 확 띠는 것이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스토아 학파든 에피쿠로스 학파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원자라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본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양자의 차이점은 전자는 신의 섭리로 표현되는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후자는 그저 우연적 산물이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스토아 학파의 일원으로서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질서에 대한 체험적인 통찰을 통해
우주는 질서에 의해 원자가 변화라는 과정을 통해 순환되는 하나의 유기체적 본체로 보았기 때문에
죽음도 자연의 질서 속의 한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죽음에 대해 아주 덤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번 보자.
[죽음]
- 자연의 작용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피조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의 해체일 뿐이다.
- 자연에 유익하다.
- 오래 사는 사람이나 일찍 죽는 사람이나 똑같이 현재라는 시간을 잃을 뿐이다.
- 죽음은 출생과도 같은 것이며, 자연의 신비이다. 출생이 여러 요소들의 결합이라며
죽음은 그것들로의 해체로 조금도 곤혹스러워할 일이 아니다.
- 사후의 명성이 이미 죽은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죽는 것도 삶의 행위들 가운데 하나이다.따라서 죽을 때에도 눈 앞의 과제를 잘 처리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 죽음이란 감각적 인상과, 충동에 의한 조종과 마음의 방황과 육신에 대한 봉사로부터의 휴식이다.
-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감각이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거나 감각이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 죽음을 멸시하지 말고, 죽음을 기뻐하라. 죽음도 자연이 원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개방적인 생각이나 신념은 그의 우주관 혹은 세상의 원리에 대한 생각에 기인하고 있다.
[세상의 원리]
- 만물은 섭리에서 흘러나온다
- 우주를 보존하는 것은 원소들의 변화와 원소들의 합성물들의 변화이다.
-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인생이 짧고 긴 것에 집착하지 마라.
- 오오, 우주여! 너와 조화를 이루는 것은 나와도 조화를 이룬다.
-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떤 의미에서 새롭게 생겨날 것이 씨앗이다.
- 항상 우주를 하나의 실체와 하나의 영혼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라.
- 흙의 죽음은 물이 되는 것이고,물의 죽음은 공기가 되는 것이고,공기의 죽음은 불이 되는 것이며 그 역도 같다.
- 인간은 원인과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이 중 어느 것도 무에서 생성되지 않았듯이, 무로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부분의 변화는 다른 부분의 변화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 우주를 관장하는 이성은 자신의 성향이 어떠하며,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어떤 소재에 작용하는 지 알고 있다.
- 유해한 것들은 모두 아름다운 것의 부수 현상이다.
- 인간도 신도 우주도 열매를 맺는다. 제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열매를 맺는다.
- 다시 말해 본성상 우주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소멸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소멸한다는 말은 변한다는 뜻이다.
- 어떤 자연도 기술에 뒤지지 않는다. 기술들은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신의 섭리의 표현이 감정의 충동이 없이 가장 잘 표현된 것이 자연이라고 보고 있으며,
자연은 보편적 이성의 가시적 표본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에 거슬리지 않으면서 자연을 닮은 원만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잘사는 삶이라고 보았던 듯하다.
그런데 자연에 역행하지 않는 다는 것은 동양의 무위 자연과는 달리 자연에 담긴 보편적 이성의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금욕과 절제의 삶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쾌락주의자들이 자신의 유한한 삶에 있어 지고의 선이 쾌락이며
감각적 쾌락에 자신을 맞기는 것이란 쾌락주의자가 선(쾌락)을 위해 마약을 하게 되면 건강이라는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인간을 같은 이성을 나눈 존재, 우주 본성의 전체 속에서의 부분,
유기체적 지체로 표현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 보자.
[ 인간]
- 귀족이라는 자들은 인정머리가 없다.
- 인간은 육신과 짧은 호흡과 지배적 이성에 불과하다.
- 육신에는 감각이, 영혼에는 충동이, 이성에는 원칙이 포함된다.
- 이러 저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그 본성상 필연적으로 이러저러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 음험한 성격,남자답지 못한 성격,완고한 성격, 야수 같고, 가축 같고, 어린애 같고,
나태하고, 거짓되고, 야비하고, 장사꾼 같고, 폭군 같은 성격.
- 인간은 시신을 짊어지고 다니는 작은 영혼일 뿐이다.
- 인간은 인간으로서 일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 인간은 남에게 선행을 베풀고 나서 자신에게 돌아올 보답을 미리 계산한다.
-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런데 사악한 자들이 사악하지 않는 짓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인간들은 자신과 더불어 사는 동시대의 사람들을 칭찬하려고 하지는 않으면서,
자신들이 본적도 없고 보지도 못할 후세 사람들에게서 칭찬 받는 것은 높이 평가한다.
- 강도들과 성도착자들과 친부살해자들과 폭군들은 얼마나 많은 쾌락을 즐겼던가
- 명성을 좋아하는 자는 남의 활동을 자신의 선이라고 여기고.
쾌락을 좋아하는 자는 자신의 감각을 자신의 선이라고 여기며,
이성을 가진 자는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선이라고 생각한다.
- 이성적 동물에게는 자연에 맞는 행위와 이성에 맞는 행위가 동일하다.
- 서로 협력하도록 되어 있는 이성적 존재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개별적인 유기체들에서의 지체들과 흡사하다.
- 넘어진 자들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그들도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사랑이 가능하다.
- 인간의 소질에서 으뜸가는 것이 공공심이고, 두 번 째는 육체적 자극에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 인간은 서로를 위하여 태어났다. 그러니 가르치거나 아니면 참아라.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고 , 서로를 위하여 태어났지만 그들은 결국 가르치거나 참아야 할 존재라는 점이
이 황제의 인간관의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정점을 생각하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의 성품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보면 그는 질서 있는 삶의 모습을 동경했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 이성 아래 선을 행하며
합리적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이 있었는지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대부분의 시간을 전장에서 보냈던 황제,
그에게 철학은 전쟁이 없는 이상적인 세계와 사회에 대한 꿈의 대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덤으로 요즘 적극적 경청이나 NLP적인 대화법이니 하는 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문구들이 명상록에 게재되어 있다.
[대화]
- 네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으면 너와 함께하는 자들의 장점을 생각하라.
- 남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되도록이면 말하는 사람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는 습관을 들여라.
- 대화할 때는 말해지는 표현에 유의하라. 말의 진의를 면밀히 검토하라.
- 남이 하는 말에 주의를 집중하라. 진행되고 있는 것들과 그것들을 행하고 있는 것들에 네 마음을 이입하라.
- 주제의 활동과 원칙과 말뜻에 주목하라.
- 말할 때 적절하고 명료하게 말하라.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라.
대화를 함에 있어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단점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장점을 발견하려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며,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항상 대화 집중하고 , 대화의 행간을 읽으려고 노력하며 간단명료하고
적절한 표현법에 힘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마 요즘의 대화 기법에 대한 이론을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이 이미 2000년 전에 잘나가는 나라의 황제가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술은 크게 변하고 바뀐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명상록에서 발췌한 CEO의 자질에 대해서는 다음에 적기로 하고 장문의 독후감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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