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목록을 잡고 내가 본 영화를 세어본다.
18편이다.
그리고 그 영화들의 줄거리를 생각해 본다.
대강 생각 나는 것도 있고, 전혀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있다.
이리 저리 책을 뒤적이면서 내용이 적힌 페이지들을 지나가듯 읽어보니
대부분 영화의 내용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영화들에 대한 내 느낌들을 떠올려본다.
재미 있다 혹은 없다와 좋은 영화 혹은 Time Killer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한 때 영화 비평의 꿈이 있어 주제와 주인공의 행동 대사, 스토리의 전개와 반전의 포인트 등등을
꼼꼼히 첵크하며 영화를 보았던 적이 있었음에도, 책을 통해 대하는 영화의 제목들에서 그저 막연한
느낌만 가지는 내 모습이 조금 놀랍다.
대부분이 영화를 재미로 판단하고 좋은 영화 or NOT, 볼만한 영화 or NOT의 느낌을 간직한다.
전체적인 흐름에 대한 느낌이 대부분이고, 때로 감동적인 장면과 가슴에 와 닿는 대사를 기억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느낌과 기억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이 아닌 텍스트로 영화를 대함으로써 '나의 영화'를 적어간다는 저자의 말에 아주 공감이 간다.
요즘 내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의 주요 관점은 재미 아니면 코칭이다.
코칭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화의 장면 장면에서 대화와 질문, 그리고 모티베이션 기법들이 아주
모형적인 형태(Model Type)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내게도 텍스트가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어느 곳을 펼쳐서 읽든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게한다.
그이유는 어느 철학자의 관점과 주장이 담긴 애지의 철학이 아니라 삶을 조명하는 철학적 수단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8개의 Chapter로 나누었지만 나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삶의 컨텐츠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일상의 주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철학의 모자를 쓰고 약간은 달리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그 동안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 집착했던 나의 사유 경향을 반성해보는 계기를 가진 것 같다.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과욕이었을 것이다.
그저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맞춰 구부러진 채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만의 세계,
우리들의 세계,
나만의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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