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1세기 북스 / 정진홍저
책 제목이 참 멋있다.
제목이 평소 대중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저자의 이미지를 닮은 듯했다.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남들이 적어 둔 내용을 참 잘 정리하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미 알고 있는 노자의 이야기나 손자의 이야기도 저자를 통하면 뭔가 다른 영역에 있는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많았다. 그는 문맥의 흐름을 참 잘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말도 참 잘하는 사람인 것 같다.
뭔가를 재해석 할 정도가 되려면 공력이 쌓여야 한다. 저자 역시 공부를 짧게 한 사람은 아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공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작은 공부로도 공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로 공부도 많이 했고 공력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책은 멋있는 제목만큼 멋있지는 못했다.
인문의 숲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고 경영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저자인지라 이 책 역시 생각이 고이고 묵은 글들이 삭아서 풀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기획된 책인 듯하다.
서문이 제일 화려했고 기대감에 넘치게 했다.
1장의
장을 거듭할수록 인문의 숲이 작아지고 경영의 커다란 한 그루 나무에 작은 가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이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거나 그 사람의 경험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경영을 보아온 사람이지만 경영을 해본 사람은 아니라서인지 그가 하는 경영의 이야기들은
책사(策士)들의 조언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가는 인문학을 문(文)/사(史)/철(哲)이라 분류하는 것에 동의하고 시작했지만,
문학이 작가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고, 역사가 객관적 사실의 전달이 아니며,
철학이 인간의 지혜와는 때론 무관한 모습이기까지 한 여러 측면들을 생각한다면
인문학에 대해, 인문의 숲에 대해 좀더 신중하고 구체적인 생각과 연구의 변(辯)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도 우리의 주변 인물 중의 하나에서 뽑으라면 상당한 공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야기한 인문의 숲에서는 한낮 길 잃은 아이이거나
한 그루 나무의 밑동을 힘겹게 이동하고 있는 작은 곤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인문의 숲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하고 인문의 숲이란 곳에서 경영에 유행 하는 단어들을
높은 숲의 가지를 뚫고 내려오는 빛 줄기를 본 듯이 기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인문의 숲에서 만난 경영이 뚜렷한 모양이 없다.
경영학 원론에서 경영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사실들의 결합이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란 인문의 숲에서 만난 경영은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추상적이다.
이런 추상성이 통찰의 결과이거나 혹은 통찰을 대변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가 본문에서 적었듯이 경영이란 문제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의 레퍼런스로는 훌륭히 정리된 노트이다.
인문학, 즉 문/사/철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람의 가능성에 대한 이해와,
사람이 겪는 모순에 대한 이해와 사람의 의지에 대한 이해들과 관련된 기록일 것이다.
문제를 혹은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이 시간을 걸어 오고 걸어 가는 것에 대한 기록 말이다.
그 속에는 사람이 이 세상을 살다간 여러 가지 개별적인 사례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개별 사례들이 통찰을 만나면 원리에 접근한다.
인문학은 어쩌면 이런 원리의 교과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리는 'What'의 영역이다. '사람은 죽는다' 라는 원리는 너무 단순하고 보편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Why'가 들어가면 가지 가지의 죽는 이유가 나온다.
또 여기에 'How' 가 들어가면 더 복잡해져서 이루 말로 설명을 못한다.
그러나 이 때 만나는 '사람은 죽는다'라는 명제는 원리에 포함된 수많은 기법과 기술이 망라된 함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함축이 바로 인문이 아닐까?
이런 함축이 인문이라면 이 인문은 동시에 경영이다.
경영의 현장에서도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존재한다. 그리고 경영의 핵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거나 경영의 숲에서 인문을 만나거나 하는 것이
특별한 강조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인문의 숲에서 만난 경영이 지나치게 기술적인 측면들이 부각되어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제목과 연관하여 읽는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인문과 아무 관련 없는 책이다.
저자가 한 Chapter할애해서 쓴 내용처럼 이 책은 디지털 마인드를 가지고 각 장을 분리해서 읽는 다면
많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키워드란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혹은 어떤 사고의 핵심을 담은 단어이다.
키워드는 정의되기도 하고 해석되기도 한다. 때문에 키워드는 함축적이다. 함축적이므로 우리는 이것을 풀어 낼 필요가 있다.
키워드가 가진 의미의 해석을 통해 우리는 어떤 역사적 사상에서든지 현재에 적용 가능한 기술과 기법을 새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재미있는 경영 이야기 일 수는 있으나
정말 경영의 현장에서 필요한 이야기가 오히려 에둘러 전개됨으로써 직설화법을 요구하는 독자들에게는
모양은 화려한데 막상 먹을 것은 별로 없는 음식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저자가 애써 모은 좋은 사례와 단어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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