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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생각들

내가 아버지로 부터 배운 삶의 교훈

지금의 내 아이들에게 나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일 것이다. 아빠의 노여움이 무섭기도 하고

또 때로 보여주는 헌신 적인 사랑에 감동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내 아이들의 영웅일까? 혹은

내가 내 아이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 모델일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해 보면 자신이 없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내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원숙함이나 안정감을 내 스스로는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내게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것이 자식에 대한 책임감일 텐데 솔직이 그런 것에 자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아이들 앞에서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여 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로부터 삶의 교훈이란 것을 배웠다. 그것은 아버지가 가끔 나는 불러 앉혀 놓고 말로 가르쳐 주신 최선을 다하라! 네 삶을 네가 관리하지 못하면 너의 성공은 없다! 라는 경구들에서 배운 것들이 아니고 아버지의 삶 자체를 가까이해서 보고 겪으면서 스스로 얻은

삶의 교훈들이다. 아버지는 울산이라는 좁은 사회의 교육계에서 서른 아홉의 나이가 당시 전국 최연소 교감이 되셨고 또 당시에는 진급을 하기 논문을 써야 했는데(지금도 그럴 것이다) 많은 후배 선생님들이

아버지께 찾아와서 소위 논문 지도를 가시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에서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남자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시기도

있었고, 보다 높은 사회적인 성공이 반드시 노력과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정치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진정 외향적인  성격은 삶의 목표가 좌절 되었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서 온다는 것 등등을 나의 아버지는 당신의 삶을 통해 여과 없이 가르쳐 주신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은 지금도 계속된다.  물론 아버지는 가르침을 위해 편찮으신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의 삶 자체에서 지금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이끌고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버지는 말로서 나를 가르치는 것을 그만두셨다. 그냥 지켜보시기만 하셨고 나의 인생의 중요한 고비나 선택의 기로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려주신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잘 알아서 네가 판단하라고만 하셨다. 한 때 그런 인생의 고비에서

아버지는 왜 당신의 생각과 결정을 말씀해 주지 않으셨는지 하는 다소 원망 섞인 생각이 드는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과는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와는 정서가 상당히 다른 외국 회사를 다녔고, 아직은 원숙미가 없는 젊은 나이에 사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말씀을 아끼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아들에게 하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무언의 격려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셨던 것일까? 오늘은 유난히 병원 침대에서 나눈 아버지와의 그 두 시간 남짓한 대화의 시간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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