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삶, 나의 길, 내가 놓은 다리]
훤한 대낮은 사물이 다 잘 보이는 법,
잘 보인다는 것이 사실은 두 가지 착시일 뿐이다.
내 눈에 담기는 세상 모든 것이 다 내 것 같고 욕심이 난다.
한여름 해운대를 메운 인파들도 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같고
나와 어떻게든 보조를 맞추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해인류가 다 동포 같아 보인다.
그러나 착시다.
잘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착시가
멀고 가까운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먼 것은 쉽게 단념하고 가까운 것은 무관심해 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적당히 떨어진 것에 안달한다.
이 적당한 것이 사람마다 달라
같이 선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보아도
한 사람은 멀다 말하고, 다른 사람은 가깝다 말한다.
그래도 같이 가는 이는 좋다.
길가던 행인이 이 두 사람을 보고는 둘 다 잘못보고 있다 여긴다.
그리고 혼자 가면서 그는 인생은 외롭다 말한다.
누가 세상을 또는 인생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제 눈에 맞는 안경을 낀 사람이다.
캄캄한 밤에는 사물이 다 잘 보이지 않는 법,
잘 보이지 않는 것 역시 두 가지 착시일 뿐이다.
시골 산길을 혼자 한 번 걸어보라.
정말 세상이 캄캄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눈에 의지하는 것을 적당히 포기하고
발끝의 감각과 귀에 의지 해서 길을 간다.
눈에 뵈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어슴푸레한 모든 것이 분명치 않다.
그러니 뭘 보든지 그건 다 착시다.
동행이 있어 같이 걸어도 간혹 그가 무섭기도 하다.
여럿이 걷는 낯선 소리가 있으면 그건 떼 강도 몰려다니는 소리가 되고 만다.
그들끼리 나누는 농담도 웃음소리도 그들의 진심이 아닌 듯이 여겨진다.
낯에 봤으면 그저 미소나 나누고 지날 수 도 있는 사람들임에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생각이 사물을 본다.
생각이 보는 사물은 모두 다 착시다.
밤길은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 보기도 쉽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은 더욱 어둡다.
그러나 문득 하늘의 달과 별을 한 번 쳐다보면
그들은 항상 내 보폭에 맞춰 나를 따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달빛을 벗삼아 어둠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생 길은 혼자인 것 같아도 혼자가 아니며
동행이 있어도 그를 믿지 못하면 외로운 법이다.
낮에 해도 분명 같이 걸었음에도
볼 수 없기 때문에 같이 걸었다 여기지 않는다.
누가 세상을 또는 인생을 제대로 걷고 있는 것일까?
낮에 걸었던 길을 밤에도 걸어본 사람이다.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밤길에 익숙한 사람이 제대로 걷는 사람이다.
아니다! 그것도 모자란다.
서툰 밤길이라도 한 발 한 발 발을 앞으로 내딛는 사람이
인생을 제대로 걷고 있는 사람이다.
같은 길도 낮과 밤이 다르듯이
보이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다른 법이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도 다르다.
그렇다고 세상이 때로 우리의 생각과 정 반대로 갈 때가 많다고 여기지는 마라.
나의 생각과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
세상은 하늘의 해와 달처럼 그저 묵묵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이 그저 잠시 내 삶의 길을 같이 걸었을 뿐이다.
그들의 인생 길 역시 해와 달은 늘 같은 방향에서 뜨고 같은 방향으로 질 뿐이다.
삶의 길은
가까이 있어 잘 보인다고 나의 길이 이것이라 주장할 것이 아니며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길도 내가 걸어야 할 나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삶의 길을 걷는 사람의 마음이 늘 미래에 있으면
항상 조급하고 위급한 길을 걷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걷는 이 길이 힘들다고 해서
옆에 보이는 남의 길이 쉽다고 여지기 말아야 한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그도 힘든 길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인생 길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길을 사랑하는 자만이 자신의 길을 지킬 수 있다.
삶의 길을 걷다 보면
때로 다른 이들의 길과 나란히 가기도 하고 만나기도 한다.
나란한 길은 나란한 대로 만나는 길은 만나는 대로
서로의 삶의 길을 끊이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다리로 이어주고, 다리로 건너가는 것뿐이다.
원수도 외 나무 다리에서 만나고, 사랑도 외 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원수를 만나면 좀 떨어져서 다리를 놓으면 그만이고
사랑을 만나면 좀 붙여서 다리를 놓으면 된다.
하지만 남이 먼저 다리를 놓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다리를 놓아주는 편이 더 낫다고 먼저간 사람들 이야기 한다.
그래서 그들이 책이라는 이름으로 내 인생의 길에 다리를 놓는 것을 말리지 마라.
내 인생의 길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의 다리도
흔들리지 않고 곧장 뻗어 있어야 된다고 고집부리지는 마라.
그것이 나다움이고 나의 개성이라고 말하지 마라.
서로 다른 인생길이 이어질 수 있는 다리는
서로 좋아하는 다리 밖에는 없다.
꽃은 열흘 아름답지 않고 사람은 평생 한결 같을 수 없다
서로 좋아하는 다리가 달라지면 그것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삶의 길은
모든 길이 내 길이 될 수도 있고
모든 길이 내 길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가는 날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결국 한 길 밖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무슨 거창한 현수막이 붙여져 있기 보다는
작은 배려에 고마워하며
작은 미소에 행복해하며
작은 사랑에 가슴 벅차며
먼저 내민 작은 손 위로 믿음이 흘렀던
작은 걸음 걸음들의 발자국들이 찍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걷는 한걸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길을 완성하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비록 시작이 있고 끝이 있지만
그 시작은 다른 길의 끝과 이어있고
그 끝은 다른 시작과 이어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나의 이 길은 행복한 길이다.
내가 태어나기 위해
지난 오백 년 동안만 보더라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졌음을 안다면
내 길이 나만의 길이라고 우기지는 말아야 한다.
그들 모두가 내가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었듯이
나 역시 또 하나의 탄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간이며
나로 인해 수많은 탄생과, 수많은 삶의 길이 이어진다.
나의 삶,
나의 길,
나의 발걸음,
그리고 내가 놓은 다리들...
그 소중함을 하찮은 돈이나 보물 따위에 비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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