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의 그녀는 전남편과 두 아이를 남겼다.
배우로서의 그녀는 드라마와 영화와 그리고 스캔들을 남겼다.
그리고 몇 가지 이슈를 남겼다.
자살과 우울증과 인터넷 댓글에 대한 논란이다.
물론 그녀의 죽음은 위의 세가지가 하나로 묶여 있다.
그녀는 최근 안재환의 자살이 자신의 사채 놀이과 관련 있다는 소문 때문에 우울증을 앓게되었고,
그 소문은 주로 인터넷의 악성 댓글로 인해 사실 처럼 번져나갔고 그로 인해 술한잔 마시고 충동적
자살을 한 것이다. (적어도 경찰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그렇다. 최진실의 자살의 진실은 이미
그녀의 죽음과 함게 침묵하는 진실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경험으로 인해 자살은 인간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가출한 후에 새끼를 배고 돌아왔는데, 출산 과정에서 새끼가 모두 죽고 말았
다. 그런데 그녀석(이름이 '솔솔이'었다)은 마지막 새끼를 품에 끼고 주인이 근접도 못하게 하더니만,
어찌 어찌 구슬러 그 새끼를 개집에서 들어내어 묻어주었는데 그날 부터 이 녀석이 제 새끼를 찾아
끙끙대며 음식을 먹지 않기 시작하더니 , 얼마지않아 죽고 말았다.
그 때 나는 그녀석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했다.
그리고 그 자살의 원인을 모성애라고 일기에 적었다.
사람의 자살은 문화에 따라 좀 다양한 면이 있지만 주로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죽음으로 속죄한다는 극단적인 집단 문화의 한 양식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주로 정신과 영혼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만약 최진실이 죽음으로서 그 결백을 주장하려했다면 그녀의 자살은사회적 타살임에 분명하겠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만약 우울증이란 병증이 없었고, 자살이 문제 해결의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졌다면,
그녀는 얼마든지 매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포기해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자살은 그 숨겨진 이유야 어찌되었건 적어도 이해되고 동정 받아야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언론들이 대체로 그녀의 죽음을 사회적인 타살, 우울증의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이 거북하고 당황스러운 사람이다. '언론이 자살의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대중주의가 팽배해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불쾌해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삶을 포기한 사람에게 지나친 온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우울증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을 환기한 점은 어쩌면 긍정적이다.
(긍정적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고인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죽음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문화에 익숙한 개인인가 보다)
가벼운 우울증은 감기처럼 누구나 쉽게 경험한다.
이런 우울증은 밝은 햇빛을 즐기거나 가벼운 운동 혹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로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자살을 실행하게 만드는 우울증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런 우울증조차도 자살을 시행에 옮기기 전에
분명히 전조(前兆)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죽고 싶다'라는 멘트이다.
사람이 적어도 자기 목숨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전조로서의 '죽고싶다'란 표현은 '나 죽을 수도 있으니 누가 좀 말려 줘!'라는 반어법이다.
그런데 한국말은 좋아 죽겠고, 힘들어 죽겠고 , 손가락이 아파 죽겠고 다리가 아파 죽겠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 사람이 정말 비장한 각오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죽고 싶다'란 표현은 '많이 힘들다'란 표현이 좀 강조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죽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소외감 때문에
자신이 너무 힘들다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충동적 자살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웰빙이란 단어와 짝이라도 맞추려는듯이 웰다잉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금기 시 해도던 죽음의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쳐야할 것은 지식 만이 아니라 이런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 문화가 극에 달하던 중세의 유럽에서는 자살을 하고 싶어도 자살한 영혼은
천국을 가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충동적 자살을 억누를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때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벽에 똥칠하고 사느니 내가 내 목숨을 끊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혹은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이 더 명예로운 것이라고.
그러나 벽에 똥칠할 정도가 되면 스스로 죽은 것도 힘들다.
사람이 늙어 노망이 들면 벽에 똥칠도 한다는 것을 내 후손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비참하게 살아서라도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자신이 바로 잡는 것이 책임감 있는
삶의 자세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댓글에 대한 문제이다.
익명성으로 인해 인터넷 공간에서는 유아기적인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좀 다혈질적인 사람들은 그런 욕설에 맞서 상대를 죽인다고 펄펄 뛰다가 혈압이 도져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 도박 게임 사이트에서는 실제 돈을 잃은 것도 아닌데
점수를 좀 잃고 나면, 한국 사람이 가장 예민해 하는 부모와 성기를 들먹이는 욕을 해댄다.
귀찮아서 빠져나오면 아주 친절하게(?) 쪽지를 남기고 간다.
이런것들을 증거라고 수집해서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신고를 하지만 별로 신통한 근절책이
마련되지 않는 것을 보면 민간 차원에서는 바로 잡아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욕을 해대는 사람들은 아직 아이들이거나 유아기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덜 떨어진 어른들이다. 문제는 인테넷 공간에서는 이들을 가르치고 으르고 타이를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설사 공간이 있다 해도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IP주소를 추적고 직접 착아가서 매질을 할 수도 없다.
방법은 단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속이라는 것이 인터넷 공간의 가지는 건전한 비판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내가 알기로 모욕은 명예 훼손이고 이것은 친고죄에 해당이 된다.
그런데 소위 <최진실법>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친고가 없더라도 단속과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란다. 그런데 이것은 집권여당의 대중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단속은 찬성하지만 친고를 근거로 해서 해야 건전한 비판이 산다. 마구잡이식 단속은 군사정권의
추억을 우리에게 되살려 놓기 충분한 발상이다. 지금 정부의 수장 역시 그런 국가 권력의 횡포에
피해를 당한 적이 있지 않은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현정부에 비판적인 댓글들에 대해 사정
기관에서 사례를 수집해서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건 아니다.
또 하나 인터넷 댓글에 민감해져있는 연예인 집단도 나름 문제라고 본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자신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들은 인기란는 것을 먹고 산다.
그래서 그들의 사생활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면 과감히 활용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 스스로 연예인을 '일반인'들과 분리한다. 공인이라고 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가면성 우울증을 겪는다고도 하고, 연예인 집단에서 연예인을 인간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는 발표를 했다는 기사도 눈에 띤다.
그러나 댓글을 인기의 척도로 삼은 것은 그들 스스로가 아닌가 자문해 보아야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주어야 자신이 성공하는 직업이 연예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없다는 것 역시 그들도 알고 있다.
물론 비판과 비방이 구분없이 사용되는 작금의 우리 인터넷 문화도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인과 구분되는 그들이 '공인'이라면 비방을 비판으로 이끄는 노력도
그들이 담당해야할 몫이다. 연예인 개인이 그런 자질이나 소양이 부족하다면
연예인을 대변하는 집단이나 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매체가 그 일을 담당해야할 것이다.
적어도 그들 매체는 스스로 공정하고 객관적이 됨으로써 그들의 자원도 보호하고,
공익을 위한 기능도 담당해야한다.
장문을 쓰고 보니 그녀가 진실로 내게 남긴 것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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