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독후감

말을 듣지 않는 남자,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말을 듣지 않는 남자 ,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앨런피즈/바바라 피즈 지음 | 이종인 옮김 | 가야 북스

 

누가 " 남녀관계는 왜 실패하는가?"라고 물었다.
아마 그 대답은 다음 대화로 이어질것이다.

" 그야 남자 여자가 서로 대화를 안하기 때문 아닐가요?"
" 그렇다면 대화를 많이 하는 남녀는 관계에 실패하지 않나요?"
" 물론 실패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대화의 방법을 잘모르거나...
 서로의 다른 점을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 그러면 남자 여자는 어떻게 다르지요? 왜 다를까요?"

 

바로 이 마지막 질문이 이 책의 집필 목적이자 기술된 내용들이다.
즉 우리는 최초의 질문에 대해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다만 그 근거가 부족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근거들을 그저 재미있게 읽어 나가면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잘못된 근거도 많다.

진화론적 통설에 근거한 것들은 논리가 부족하다.

'남자는 원래 사냥꾼이기 때문에 원시안적이고 여자는 가족을  돌보는 주부이기 때문에

근시안적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실들이 유전적

정보에 각인되어 세대를 이어왔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달리 이야기하면 아버지의 직업적인 역할 행동이 자식들에게 유전적 정보로 이어진다는
논리와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역할 행동은 교육과 학습에 의해 전승되는 것이다.
사냥꾼이기 때문에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게 발달했고 그것이 자식들에게도 이어진다는것이
사실이라면,일평생 글을 써서 지문이 지워진 소설가의 자손들이 계속 글을 쓰는 소설가의
집안으로 전승된다면 어느 대엔가 부터는 지문이 없는 아이가 태어나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저자들은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르며 왜 다른가에 대해 주로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런 실험실적인 증명이 이루어진 것들은

상당히 설득력도 있고 논리도 하자가 없어보인다.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들이 서문에서 기술했던 것과는 달리 도전적이고 경이적인
내용이 서술되었다는 느낌을 갖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남자 여자의 차이는 어느정도
세상을 경험하고 상대방을 경험하다보면 저절로 알아지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 호로몬이 작용했고, 어떤 차이 때문인지를 잘모르는 것 일뿐,
대게는 나름의 해법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로 해서 공감은 많이 가는 책이다.
특히 운전하는 상황에서의 예화들은 아마 한 번 쯤 경험해본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이 책을 남자의 입장에서 방어적으로 읽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는 동일하게 남자의 입장에서 오히려 공격적으로 읽게 된다.

이 책에는 남자 여자의 감각의 차이,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 화법의 차이, 호로몬의 차이
그리고 성적인 차이에 대해 잘 설명이되어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남자는 여자가 민감한 것에 둔감한 편이고, 여자는 남자가 둔감한 것에
민감한 편이다'라고할 수 있다. 반대로 '여자는 남자가 민감한 것에 둔감한 편이고, 남자는
여자가 둔감한 것에 민감한 편이다'라고 해도 될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알고 , 어느 것에 민감한지 어느 것에 둔감하지를 발견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남녀관계 만큼 좋은 관계가 없다.

관계는 주어지기 보다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들이  밝혔듯이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일반적이란 것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평균적인 것이다.
남녀 관계란 이런 평균의 사실들 위에 있는 것이지만 지극히 사적인 둘만의 관계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일반적인 것들로 인해 괜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아야한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을 인정하는 관계가 바람직할 것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호로몬에 관해 한가지 반감이 들었다.
우리의 어떤 감정이나 행동이 호로몬의 지배를 받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런 호로몬을 투입하면 사람의 생각돠 행동이 바뀐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까를 호로몬의 분비라는 메카니즘을 통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각이 우리 몸을 지배하는 것이지,
우리 몸의 호로몬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책에서 언급한 게이 문제와 같이 모태에서 호로몬의 이상 분비로
성정체성이 왜곡된다거나 하는 것에  대답이 궁색해질 수도 있는 논리이다.
그러나 성 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유전자 정보의 문제이다. 그리고 성 정체성을 결정짓는데
관여하는 것이 분명히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같은 호로몬이지만 그 호로몬이 정보
자체를 결정짓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왜곡할 수만 있는 것이 아닐가?

 

이 책을 읽고 게이가 호로몬이 유전적인 정보에 영향을 끼쳐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선천적인 환자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 결과 그들에 대해 비난하던 마음이 없어졌다.
사실 예전에는 그들을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태국의 그 많은 게이들을 보면서그들이 문화적으로 양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들이 선성성 심장병을 가진 이들과 다름없는 환자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소득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책의 역자가 쓴 후기를 놓쳤다면

나는 분명 이 책을 구입하는데 쓴 돈과  읽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명언이 적혀 있다.
 
"깨달음은 물 위에 비친 달과 같다.
 달은 물에 젖지도 않고 물도 달 때문에 깨어지지 않는다.
 달빛은 넓고 깊지만, 달은 한 뼘 물웅덩이에도 비친다.
 그리하여 달의 전부와 하늘의 전부가
 풀잎에 맺힌 작은 이슬 방울에도 비칠 수가 있다. "
 
정말 명언이다.
남자는 달이고 여자는 물이다.
아무리 작은 물방울도 달의 조각만 담지 않는다.
그 전체를 담는다.
마찬가지로 달도 아무리 작은 물방울에도 자신의 일부만 비추지 않는다.
그의 전부를 비춘다.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그의 책 " LOVE"에서 말했다.

사랑은 거울과 같은 것이라고
너에게 비췬 나를 보는 것이고
나에게 비췬 너를 보는 것이라고...

 

 

남녀관계란 것이 이처럼 쉽고도....난해한 것이다. 
어려운 것도 재미있고 쉬운 것도 재미있다.  

'서평·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그 환상의 물매  (0) 2008.10.17
바람의 화원  (0) 2008.10.11
사랑의 기술  (0) 2008.09.28
시 읽는 CEO  (0) 2008.08.19
여행의 기술  (0) 200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