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후에 만났던 모 중소기업의 사장님과 대화 중에 겸손에 대해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겸손, 내게는 한동안 큰 숙제였고, 지금도 숙제를 하고 있는 중인 덕목이다.
겸손이란 단어를 두고 사전을 뒤져본다.
"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가 있는 것"을 가리킨단다.
그런데 남을 높이는 것은 좋으나 아첨과 아부가 될 수 있고
자기를 낮추는 것도 좋으나 자기비하나 비굴한 태도가 될 수도 있는 법인데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추는 것을 한꺼번에 하는 겸손은 참 어렵겠다 싶다.
나와 상대의 간격을 좀 줄여서 생각해 보자는 욕심에 낮추고 높이는 것을 나누어서 생각해본다.
우선 "겸손의 목적은 남을 높이는데 있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겸손은 상대방을 배려하여 그가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게끔 도와 주는 행동이다.
상대를 높힘으로서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정받고 싶고, 존중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그 상대는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많은 대중일 수도 있다.
또한 그 겸손의 현장은 둘이 있을 때일 수도 있고 둘이 여럿과 함께 있을 때일 수도 있고
여럿 속에서 한 사람으로 있을 때일 수도 있다.
일대일의 상황이나 일대다의 상황은 이대다의 상황에 비해 좀 쉽겠다는 생각이든다.
상대를 높이는 것은 내가 높힘을 받고자하는 것을 조금 만 응용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여럿 앞에서 둘이 있는 상황은 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자리는 겸손의 평가자가 동석하고 있는 경우이니
시험관을 앞두고 시험을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리라.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가르치듯 강연하는 사람보다 깨닫도록 강연하는 사람이
더 훌륭한 강연자로 평가를 받는다. 그의 강연의 목적이 가르침에 있지 않고
청중들의 배움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다거나 공박을 가해온다면
그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아마도 유능한 강사라면 그의 질문의 요지를 다시 한 번 문고
질문에 대한 답을 최대한 성실히 함으로써 그 순간을 극복하려할 것이다.
겸손한 태도로 이런 자리를 정리하려면 논리보다는 아무래도 감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어야하지
않을까?)
겸손함으로써 남을 높히는 것이 상대를 자고하게 까지 한다면 그것은 겸손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그에게 보이지 않는 독을 선사하는 행동에 비유되지 않을까?
이 독의 이름은 바로 교만이며, 이 독을 취하는 이도 알면서도 들이킨다.
교만의 독이 일단 보기에 좋고 먹음직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 겸손의 목적은 나를 낮추는데 있다"는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
사람이 자기를 낮추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 사람도 드물다.
동네 꼬마 아이들의 노는 모양을 한 번 지켜보라.
남자아이들은 다 자기가 대장하려고 한다. 물론 한 번 꿀리면 부대장이라도 할려고 애를 쓴다.
여자아이들은 주로 엄마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이것 저것 시킨다.
아이들의 성정에서 자기를 낮추는 것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그렇다. 그가 삶의 과정에서 깨달음과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자기를 낮추는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나를 낮춘다는 것은 남을 높이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행동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높이면서도 자기도 같이 높아지기를 원하는 마음이나 행동들이 많지 않은가?
나는 이것을 "책사 심리"라 부르고 싶다. 즉 2인자 전략인 것이다.
2인자의 자리역시 낮은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나를 낮춤으로써 남을 높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자기를 낮춘다는 것의 기본은 자기를 드러내고자하는 것을 다스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잘난척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대접받고자 하는 마음보다 대접하고자하는 마음을 더 키우는 것이
또 다른 기본이라고 볼 수 있다.
언젠가 읽었던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겸손의 의미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는 글귀다.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
참으로 의미가 깊고 어려운 말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다는 것은 관심이 남을 향해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는 자기의 장점과 잘한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약점이나 잘못한 것까지 포함하여
자기에게 속한 모든 것을 돌아보지 않는 동시에 동일한 관심을 타인에게 향한다는 말한다.
자신의 장점에만 관심이 있으면 우월감에 빠지기 쉽고
자신의 약점에 지나치게 민감하면 열등의식을 갖게 된다.
본질적으로 우월감과 열등감은 자기를 돌아보고 남과 비교의식을 가질 때 생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다는 것은 비교의 대상 중 하나를 지워버리는것이다.
그렇게 되면 겸손을 구지 남을 높이거나 나를 낮추는 것과 같은 비교적인 입장이 아닌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삶의 기술의 입장에서 보게된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것도 돌아보지 않으므로 자기 자신의 우월한 점 때문에
교만해지지도 않고 약점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겸손의 덕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를 비난하고 자기정당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나쁜 것이라고 보기 보다는 아직 덜 성숙한 것으로 봐야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사고요 행동이기 때문이다.
겸손의 눈 높이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 두거나
혹은 그 사람의 시선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위에서 바라보게 되면 상대를 관찰하고 판단하고 자신을 주장하게 된다.
겸손을 땅으로 정의한 사람도 있다.
땅은 가장 낮은 곳에서 밟히고 파이면서도 인간의 모든 배설물 조차도 묻어 준다.
더우기 그곳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뿌리를 잡아주어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한다.
교만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을 인용해 보자
"교만은 많은 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겸손은 적은 지식으로도 풍요롭게 합니다.
많은 지식보다는 겸손이 낫고
겸손한 침묵보다는 행동이 낫습니다.
쉬운것을 어렵게 말하는 것은 교만의 사치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는 것은 겸손의 저축입니다.
오만한 마음에는 더 이상 채울 것이 없으나
겸손의 그릇은 늘 비어 있어서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만의 그릇은 쏟아 보면 나올 것이 없으나
겸손의 그릇은 빈 그릇에서도 지략이 철철 넘쳐 쏟아집니다."< 좋은 글 중에서>
요약하자면 겸손은 지식을 풍요롭게하고 어려운 것도 쉽게 만들고
항상 채울 준비가 되어 있는 빈마음이며 바로 지혜를 실천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사람과 어려움을 겪을 때 이 겸손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리라 다짐하며 글을 접는다.
'이런 저런 잡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주주의 후퇴하는가? (0) | 2009.01.20 |
---|---|
운명의 여신이 내 편이 될 때까지 (0) | 2008.12.09 |
답은 우리에게 있다. (0) | 2008.11.30 |
당당함과 자신감 (0) | 2008.10.28 |
진실은 진실로 무엇을 남겼을까? (0) | 2008.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