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것은 방송이나 신문이 아니었다. 인터넷 폰블로그로 일컬어지는 트위터(twitter.com)였다. 폰블로그는 휴대폰과 블로그가 결합된 형태로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상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웹서비스다.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 수는 최대 140자이지만 파괴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140자의 마법’으로 통한다.
쓰촨성 지진이 발생할 당시 통제된 사회 안에서 트위터가 전하는 소식은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 네티즌들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했다. 정보의 전파 속도는 기존 매체를 앞질렀고 지진 발생의 원인과 중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토론을 주도했다. 히트작이 된 트위터는 올해 미국의 미디어와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로 선정됐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사용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료 서비스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으로 대박 신화를 만든 애플이 이번엔 아이폰(iPhone)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제품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으로까지 일컬어진다.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에서 앞섰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음악은 물론 영화, 뉴스 등 인터넷 세상의 모든 정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폰과 인터넷을 일체화했기 때문이다. 성공 비결은 바로 ‘앱스토어(App Store)’라 불리는 콘텐츠 생태계에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콘텐츠를 이곳 ‘콘텐츠 백화점’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버드대는 물론 예일대 특강까지 무료로 다운받아볼 수 있다. 음악재생 소프트웨어 아이튠즈(iTunes)는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무료 콘텐츠의 위력은 막강하다. 올 들어 6월까지 80여개국에서 3500만대가 넘게 팔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휴대폰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은 2분기에 아이폰 520만대를 팔아 9억6600만달러를 벌어들인 반면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5230만대를 팔아 6억689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판매량이 10분의 1에 불과함에도 영업이익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프리노믹스(Freenomics)가 창출해주는 부(富)의 시너지 효과에 있다. 프리노믹스는 무료(Free)와 경제학(Economics)을 결합한 합성어로 무료가 만들어내는 부 창출효과, 즉 무료 경제학을 말한다. 트위터는 무료 서비스지만 비즈니스모델은 5억달러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무료가 막대한 기업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팟과 아이폰도 아이튠즈의 무료 서비스에 힘입어 제품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들이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를 보면 무료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사례들도 모두 무료 경제학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무료 서비스 후 유료화, 무가지 신문 등이 모두 무료 경제학의 논리를 이용하고 있다.
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면서 윈도로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애플, 노키아,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는 것은 이처럼 금전적인 수익을 직접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무료 서비스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미끼’인 것이다.
롱테일 경제학’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그의 최근 저서 프리노믹스(Freenomics)에서 “비용 제로의 디지털 배급 시스템인 웹이 무료 경제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디지털 세상의 무료 경제학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21세기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료는 결국 진짜 무료가 아니다. 앤더슨은 이런 점에서 95%를 무료로 제공하되 나머지 5%를 차별화(유료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Freemium=Free+Premium)’ 모델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기업들은 무료 패러다임이 만들어내는 위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증권부 = 최은수 차장 euns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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