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셉 캠벨의 인생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Follow your bliss”입니다. 'bliss'는 ‘더 없는 행복’, ‘희열’을 의미하는 데, <신화의 힘>의 번역자인 이윤기 선생은 이것을 ‘천복’으로 번역했습니다. 캠벨에 의하면 천복은 ‘살아 있음의 경험’입니다. 제 생각에 ‘살아 있음’이란 나란 존재에게서 황홀함을 느끼는 것이고, 이런 황홀감을 주는 경험이 ‘살아 있음의 경험’입니다. 그는 천복이라는 개념을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면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산스크리트어에는, 이 세상의 가장자리, 즉 초월의 바다로 건너뛸 수 있는 곳을 지칭하는 말이 세 가지 있어요. 즉 ‘사트(Sat)' '취트(Chit)' ’아난다(Ananda)'가 그것입니다. ‘사트’라는 말은 ‘존재’, ‘취트’라는 말은 ‘의식’, ‘아난다’라는 말은 ‘천복’, 혹은 ‘황홀’을 뜻합니다.”
어떤 대상과 함께 있을 때, 혹은 어떤 활동을 할 때 나란 존재가 빛나고, 의식이 확장되고, 가슴 뛰는 희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캠벨은 신화에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는 20대에 본격적으로 신화를 연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내 의식이 제대로 된 의식인지, 아니면 엉터리 의식인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존재가 제대로 된 존재인지, 아니면 엉터리 존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어떤 일에 천복을 느끼는지 그것은 안다. 그래. 이 천복을 물고 늘어지자. 이 천복이 내 존재와 의식을 데리고 다닐 것이다.”
천복의 구체적인 얼굴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의 천복이 나의 천복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캠벨은 “천복거리를 찾는 일은,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하는 기술 같은” 거라고 말합니다.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천복과 관련된 것을 발견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본능적으로 눈빛과 낯빛이 달라집니다. 이런 순간을 스스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대개 천복은 완전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거나 별 거 아닌 것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이나 친구와 같은 주변 사람이 알아채고 일러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행복을 찾으려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잘 관찰하고 그것을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내가 여기에서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들떠서 행복한 상태, 흥분해서 행복한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행복한 상태, 그윽한 행복의 상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행복을 관찰하는 데는 약간의 자기 분석 기술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남이 뭐라고 하건 거기에 머물면 되는 겁니다.”
캠벨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살아 있음의 경험, 즉 천복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천복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르게 되면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니체가 말한 ‘낙타’의 마음에서 ‘사자’의 마음으로의 변환이 이뤄집니다. 낙타에서 사자로의 변환은 엄청난 일입니다. 다시 말해 천복을 좇는 것은 ‘드높은 영혼의 모험’입니다. 모험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그래서 캠벨은 모험을 떠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것으로 용기를 듭니다. 용기는 두려움 속에서도 전진하는 능력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가 미궁 속의 괴물을 죽이고 아리아드네에게서 얻은 실타래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듯이, 천복을 좇는 이에게도 이런 ‘실타래’가 필요합니다. 제게 죠셉 캠벨은 그 실타래를 손에 쥐어준 은인입니다.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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