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비합리성을 집중 탐구하는 행동경제학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유능한 마케팅 담당자들은 행동경제학이 독자적 학문으로 자리 잡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의 비합리적 성향을 적극 활용했다. ‘두 개 구입 시 하나는 공짜’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50% 할인’이나 ‘두 개 구입 시 하나 공짜’의 혜택은 동일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할인 혜택보다 제품 하나를 공짜로 준다는 데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네드 웰치 컨설턴트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4가지 방법을 경영 저널 ‘맥킨지 쿼털리’에 실었다.
○ 심리적 회계 기준 고려
유통업체들은 후불 및 할부 결제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을 높여왔다. 결제를 조금이라도 미룰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당장 열어야 하는 심적 부담에서 벗어나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다.
소비자의 지출 부담을 최소화할 또 다른 방법은 ‘심리적 회계 기준’이다. 소비자들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모든 돈을 똑같이 여기지 않는다. 횡재로 생긴 공돈, 노동의 대가로 번 소득, 저축액을 예로 들어보자. 이 중 공돈은 주저하지 않고 가장 쉽게 지출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땀 흘려 번 돈의 지출을 꺼린다. 특히 저축액은 가장 지출이 어려운 항목이다. 이런 심리적 회계 기준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 소비자와 마케터 모두에게 유익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실제로 한 신용카드사는 인터넷 혹은 모바일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세운 기준에 맞게 지출을 관리하면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예산 내 지출은 초록색으로, 예산 초과 지출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라면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카드를 사용하려 할 것이다. 카드사로서는 거래 수수료와 금융 소득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의 전반적 재정 상황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디폴트 옵션’을 활용하라
특별히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을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의 구매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미 노련한 마케터들은 이를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한 이탈리아 통신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 콜센터 직원들은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유지하시면 100회 무료 통화 보너스를 제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다가 이를 “이미 제공해드린 100회 무료 통화 보너스를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로 바꾸었다. 그러자 가입자 유지율이 상승했다. 무료 통화 시간이 이미 확보됐다고 생각한 고객들은 가급적 이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 지나치게 많은 옵션은 금물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면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할 확률은 오히려 줄어든다. 24개 잼 시식회를 연 식료품 매장들과 6가지 잼 시식회를 연 식료품 매장들을 비교한 고전적인 실험 결과, 더 다양한 잼을 선보인 시식회에 더 많은 쇼핑객들이 몰렸지만 실질적 매출은 매우 저조했다. 반면 6개 잼만을 시식할 수 있었던 상점에서는 쇼핑객 수는 적었지만 실질적 매출은 5배 이상 더 높았다. 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개별 옵션마다의 부정적 측면이 오히려 부각되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을 적정 수준으로 줄여주면 소비자들은 더 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도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 명백하게 열등한 옵션을 함께 제공하라
유능한 마케팅 담당자들은 특정 제품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이보다 명백하게 열등한 다른 제품을 함께 옵션으로 제공한다. 명백하게 열등한 제품이 실제로 팔리지는 않지만 다른 고품질 제품의 판매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은 해당 매장에서 두 번째로 고가이거나, 두 번째로 저가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비싼 와인을 선택한 고객들은 매우 특별한 와인을 주문했다는 자긍심과 함께 자신의 소비가 극도로 과도한 지출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낀다. 두 번째로 저렴한 와인을 선택한 고객들 역시 최저가의 저급 와인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마신다는 상대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또 소니가 헤드폰 판매량을 분석해본 결과, 제일 값비싼 제품보다는 한 단계 낮은 가격대의 제품이 더 잘 팔렸다.
제품의 진열 방식에 따라서도 판매량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맥킨지 연구 결과, 식료품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쇼핑객들은 브랜드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그 다음으로 맛을, 마지막에 가격을 따져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가 아이스크림 판매를 촉진하려면 고급 브랜드만 별도로 모아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하는 게 좋다. 반면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 시 가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제품이라면 가격 순서대로 제품을 진열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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