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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속의 지혜

리처드 파인만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1918~1988)은 물리학자이었습니다.

스티븐 호킹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을 20세기 전반기의 물리학자라 한다면

그는 20세기 후반기의 물리학자라 부를 만큼 뛰어난 학자이었습니다.

파인만은 양자 전기역학 분야에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유명하게 된 것은 단지 학술적 기여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자유분방한 기질과 예기치 않은 기행(奇行)이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1951년 그는 미국 뉴욕 주의 코넬대학에서 캘리포니아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막 옮겼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 캘리포니아 주는 스모그 현상이 대단히 심했습니다. 스모그로 고통 받게 된 파인만은 걷지 못하겠다며

코넬대학으로 되돌아가겠다고 양 대학에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칼텍에서는 강의에 대한 부담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잘 못되었다며 이를 취소했습니다.

 

칼텍에서 그의 명성은 점차 높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카고대학의 교수 두 사람이 그를 찾아와

시카고 대학으로 오라며 여러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엄청나게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

들이 말하는 조건을 묵묵히 듣다가 그가 연봉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게 한사코 막고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친구들이 사석에서 그를 나무라며 그들이 파인만에게 제시하려 했던 연봉은

칼텍 교수 연봉의 서너 배 쯤 되는데 왜 그렇게 좋은 조건을 받아드리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지요. 왜냐하면 나는 연봉이 그렇게 많을 줄 미처 몰랐어요. 내가 말하지 말라했으니까.

만약 그들이 연봉액수를 말했다면 아마도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파이만은 그에게 학교를 옮겨달라고 간청하던 이들에게 편지했습니다.

"당신들이 내게 제시하려던 연봉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연봉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기를 잘했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의 봉급이면 내가 항상 원해 왔던 것을 할 수가 있는 액수입니다.

어여쁜 정부(情婦)를 얻고, 아파트를 얻어주고, 좋은 물건들을 사주고...

그리고는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여자를 걱정하고, 그 여자가 뭘 하고 있는지 항상 신경을 쓰고

그리고 집에 오면 늘 부부 싸움을 하겠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들 것이며

나로 더 이상 물리학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겠지요. 이것은 제게 엄청난 혼란이 될 따름이겠지요."

 

그의 이 솔직하면서도 우스운 편지는 상대방의 간청을 포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좋은 조건을 내 걸고 그 조건이 충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그 조건들이란 나의 욕심을 채우기 것과 관계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욕심이 채워진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생각해 보지를 않고 있습니다.

 파인만은 그에게 주어진 엄청난 조건은 욕망을 채워주기에 충족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나 삶의 목표와는 전혀 다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그는 역시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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