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말 잇기를 시작한다.
섬의 반대는? 육지!
육지의 반대는? 바다!
그러면 바다의 반대는 육지!
섬에서 시작해서 불과 세줄인데 섬은 없다.
물론 꼬투리 잡기가 어렵지 않은 전개지만
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이렇지 않을까?
엄연히 섬도 육지이므로
섬의 반대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여야 하는데
단순한 분리가 괴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육지는 다 섬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섬을 망각하고 산다.
동시에 우리는 섬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섬을 잊는 이유는 두다리로 땅을 딛고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사람도 때론 섬을 잊는다.
섬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삶이 거칠기 때문이다.
거친 삶이란 역동적이기 보다는 불안에 가깝다.
육지는 개인에게는 범위가 넓다.
미지도 많고 낯섦도 많다.
용기를 내어도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하지만 손바닥 만한 땅을 상상하면 안심이 된다.
용기를 내면 미치지 않을 곳이 없다.
그래서 섬이 그립다.
섬이 그리운 다른 이유는 <보물섬>을 읽은 죄이다.
그곳에 가면 굳이 왕구슬만한 진주를 주워오는 횡재는 아니라도
누군가가 뭔가 소중한 것을 숨겨 놓았을 것만 같고
그것이 나에게만 발견될 것 같다는 느낌이 말이다.
또 하나, 바로 단절과 고립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것은 바로 모태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사방이 바다는 열린 곳은 하늘 뿐이다.
양수에 쌓인 아이의 영혼이 이어진 하늘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장 그르니에의 <섬>을 다시 펼쳤다.
뜬금없는 무덤이 이헤가 되고 생뚱맞은 고양이가 이해가 된다.
섬들이 모여있으면 외롭지 않아야하는데 케르겔렌 군도는
바다를 숨긴 안개 때문에 더 고독했다.
하지만 한 섬에서
장 그르니에는 자신의 창조주와 기독교의 신을 분리해 낸다.
인간을 인간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부활한다.
내 보기에 그는 나름의 해법을 얻은 것 같다.
갑자기 울릉도,흑산도,홍도, 보길도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곳에 나의 20대가 있었다.
찾아 나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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