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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 남자의 물건 > 김정운 저

 

< 남자의 물건 >

 

“…김정운 교수가 이번에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삶에 주목하였다. 2부로 구성하여, 1부에서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는 유쾌하고도 가슴 찡한 위로를 담고, 2부에서는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 13명의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식에의 욕망을 나타낸 이어령의 ‘3미터 책상’을 통해 대학자의 근원적 외로움을 듣고, 문재인의 ‘바둑판’을 통해 재미는 없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신뢰감을 주는 그의 모습을 살펴보는 등 사소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관통하는 그들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위는 인터넷에서 책을 광고하는 문구를 옮겨온 것이다.

하지만 유쾌하고 가슴 찡한 위로도 없었고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무엇인가도 없었다. 알만한 사람들이 아끼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재미없지는 않았을 따름이다.

 

지은이는 이 책의 제목을 남자의 물건이라 짓고 나서 팔릴 것이라 생각했을 것 같다.

일단 책을 읽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읽고 나서 뭔 소리한들 이미 은행 계좌에 반영된 후일 테니

좋게 말해 반전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표리 부동에 대한 배신감이다.

 

책 제목 <남자의 물건>은 의도적으로 아랫도리를 겨냥했다. 때문에 남자들도 궁금하고 여자들도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첫 장에서 <남자의 물건>이 그 <남자의 물건>이 아니라고

자진신고 했다. 좀 쫀쫀하게 보면 사기다!ㅎㅎ

 

사실 <남자의 물건>이란 주제는 심리학이나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다루어도 재미있을 내용이다.

작게는 남자의 자존심이나 정체성 혹은 자신감과 연관 지을 수도 있고 크게는 남자들의 물건이

만든 역사도 재미있는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과는 무관한 이야기들이었다.

김갑수의 커피 그라인더, 윤광준의 모자, 김정운의 만년필,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사람 이름만 빼면 어느 것 하나

남자의 물건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끝까지 읽으면서도 <남자의 물건>에 대한

담론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독특한 시각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뒷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리 수준 이하의 책은 아니다

 

.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김정운란 사람에 대해 전혀 몰랐다. TV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남자를 처음 보았고 보기 보다는 재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은 정도였다,.

나이로 따져보면 81학번 정도이니 나와는 같은 캠퍼스에서 한 두 번 쯤은 옷깃을 스쳤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내가 굳이 이렇게 따지는 이유는 아마도 나와 멀지 않고 또 별 것 아닌 남자로 저자를

끌어내리기 위한 앙상한 자존심이 발로해서일까? 아니다!

 

나이로 세상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그는 이제 살맛이 나는 남자이고

또 나이에 맞는 자유를 어느 정도 획득한 남자이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남자들과 어느 정도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소위 셀리브리티와 알고 지내는 사람이란 것이 나의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정말 부러운 것은 그가 50의 나이에 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내가 지금의 내 처지를 그와 비교하고 있고 또 어느 정도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의 물건>이란 제목으로 배신을 때린 저자가 고맙다. 지금 내가 3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다시 건설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

 

책의 1부를 다시 읽었다. 공감이 가는 글들이다. 그리고 그가 스스로 자랑하듯 공부한 티가 나는 글들이다.

몇 가지 유용한 생각의 틀도 보인다.하지만 정말 새롭고 신선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책의 2부를 다시 읽어 본다.

신영복 편과 안성기 편이 인상적이다.

신영복 선생의 글에 대해 가졌던 의문을 저자가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안성기씨가 그린 그림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어 본다. 나는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냐고?

잡다 하게 많다. 하지만 주제나 일관성이 없다.

남자의 물건이 주제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강박관념이다.

하지만 애착이 가는 물건 하나 없이 살아온 반 백 년이 좀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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