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하모니카 한 개가 망가졌다면 입술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앙일보]입력 2013.01.08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 리 오스카의 하모니카를 좋아하고 종종 듣는다. 그러나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를 하모니카로 듣는 건 처음이었다. 클라리넷 음색에 뒤지지 않는 도입부부터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지난 금요일(4일) 저녁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신년음악회. 국내 최고 하모니시스트로 평가받는 전제덕(38)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최희준)의 손에 이끌려 두 번이나 무대에 다시 나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올해 신년음악회의 주제는 ‘희망찬 국민, 더 큰 대한민국’이었다. 대통령과 주한 외교사절, 각계 인사들이 함께한 자리의 말석에 끼었다. 관(官)이 주도한 행사라지만 새해를 국악·가곡과 클래식음악·발레 감상으로 시작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바람직한 모습이다. 특히 전제덕을 초대한 데는 유명세 외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태어나 보름 만에 시력을 잃은 전제덕은 세상에 대한 울분으로 폭발 직전이던 소수자 청년이었다. 1996년 라디오에서 우연히 전설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만스의 연주를 접했다. 가슴이 복받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스승도 없이 오로지 귀에만 의지해 하모니카를 독학했다. 천 번도 넘게 들어 CD가 망가지기도 했다. 한 달에 하모니카 하나를 못 쓰게 만들 정도로 연습했다니, 당시 그의 입술은 어떠했겠는가.
'변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병우(80) 현대요업 사장님 이야기 (0) | 2013.12.19 |
---|---|
씨앗을 품고 기다린 자연 (0) | 2012.09.19 |
습관 만들기 7단계 (0) | 2012.08.23 |
주어진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0) | 2012.06.01 |
듣지 못함에도 4개국어를 배운 여인 (0) | 2012.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