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아카데미 수강록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 제주 대학교 조현천 교수 강의 -
이 소설은 독서 모임에서도 한 번 다루었던 것이라 아무런 준비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강의장으로 향했다. 베르테르의 슬픔에 담긴 괴테의 사랑학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면서....
이 소설은 젊은 시절의 괴테의 경험을 소설화한 것이다. 소설 속의 내용들은 대부분 그와 그의 친구가 겪은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 라고 알고 있다. 괴테는 평생 9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심지어 인생의 말년에 조차 손녀뻘의 여인들에게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가졌다고 하니 한국적인 윤리의 잣대로는 곱게 보일리 없는 양반이다. 소설속의 여주인공의 이름이 로테인 것도 그의 인생에 있는 두명의 샤롯데 중 어린 사롯데와의 사랑을 모델로 한 것이다. 사회적 규범에서 허락하지 않는 사랑에 무모하게 도전했고 그에 대한 좌절을 자살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마감하는 비운의 젊은 청년을 그린 소설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아니 이었다.
조현천 교수님은 사석에서도 뵙고 강의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지라 서양문학의 깊은 내공이 어떤 주제든 고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기 때문에 혹자는 좀 혼란 스러울 수도 있으나 그런 생각의 흐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대가 되는 강의였다. 하지만 주체측의 요구가 있었는지 정말 많이 자제하시는 듯 했다.
조교수님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원제는 '슬픔'이 아니라 '고통'인데 오역된 것이라 한다)은 단순한 연예 소설이 아니라 18세기 유럽의 정신사조와 기독교적인 사회 분위기가 녹아든 시대 소설이라 주장한다. 실제 청년기의 괴테는 당시 만연하던 계몽주의에 반기를 들고 질풍노도 운동에 앞장섰다. 즉 과거의 무미건조한 형식과 외면적 도덕률을 타파하고 진실로 인간 감정의 본질을 회복하려했던 그의 사상이 이 소설에 투영된 것이다. 이성적 성찰의 주체가 아니라 감성의 주체로서의 자아를 절대시 한 괴테(베르테르)는 자아를 실현할 자유로운 공간을 모색했고 그것이 소설속의 빌하임이란 도시이다. 기존의 도시는 이성에 의해 자연이 파괴된 곳이며 계몽주의가 만연한 사회적 제약이 개인의 자유를 억합하는 공간이지만 빌하임은 자연이 살아있는 감성이 살아있는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이솟에서도 자회적 제약이 존재했다. 즉 약혼한 여자를 사랑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랑이 결심을 맺지는 못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그 도시에서 그는 다시 사회적 제약을 경험하게 되고 다시 사랑하는 이가 있는 빌하임으로 오지만 로테와의 사이에 그어져 있는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수평적인 떠남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수평적인 떠남을 선택함으로써 이 세상에서의 그의 방황을 끝내고 만다.
조현천 교수님은 베르테르의 죽음이 감정의 자유, 즉 가슴을 위한 순교로 묘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저녁에 빵과 포도주로 식사를 했다는 점, 로테가 넘겨준 권총( 이는 하나님이 예수에게 준 술잔에 비유할 수 있다)으로 자살했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듣고 보니 정말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소설에서 베르테르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인믈이 빌하임의 어느 미망인 집에서 일하는 하인이라는 지적도 공감된다. 이는 베르테르가 자신의 생각을 객체화하여 하인을 등장시키고 그의 행동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모습에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나 말고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도 있으니 나도 크게 잘못된 사람은 아니다'라는 다소 유치한 젊은이 식의 변명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이번 강의를 통해 <젊은 베르테르의 고통>은 자신의 경험을 잘 활용하는 이야기꾼 괴테의 단순한 애정 소설에서 시대를 꿰뚫는 한 천재의 철학과 사상이 녹아든 걸작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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