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아카데미 청강록 < 도덕경 >
- 동의 대학교 박문현 교수 강의 -
도덕경을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당시 4학년 선배였던 분이 강의실에 들어와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을 적어 놓고 노자 도덕경 1장1절의 말이라며 한 10분간 일장 연설을 하고 나간 후 당장 학교 앞 서점에 들러 문고본을 하나 사서 읽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각주가 달리긴 했지만 따로 배우지도 않고 책만으로 그 의미를 알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후에 서양철학 강의에서 배운 인간 인식의 현상학적 입장의 대척점 어딘가에 도덕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그저 도덕경을 한 번 읽은 학생을 자랑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도덕경은 전체가 81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장에서37장까지는 道經이라 볼 수 있고 38장부터 81장 까지는 德經이라 볼 수 있다. 도경은 도의 원리에 대한 이론적인 기술로 도가의 우주관과 아울러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덕경에서는 대체로 무위자연의 사상을 실천하는 수양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도가의 무위 자연의 사상은 아무리 사회가 혼란스러울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 할 수 있는 어떤 정신세계를 개척하여 안심입명할 수 있는 개인적인 역량을 기르는 삶을 추구하는 사상이다. 도가 스스로 그러하듯 사람도 무엇을 하려하지 말고 스스로 그러하게 내버려 둘것을 주장한다.
노자는 도가적인 이상적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그 실천 덕목으로 세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가 知足이다. 만족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어려움이 없고 만족함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말한다. 만족을 모르기에 그칠 줄 모르고 그러기에 항상 피곤하다. 물질은 부자일지 모르나 마음이 거지인 인간이 많은 오늘날에 반추해볼 가르침이다. 吾唯知足을 한글자로 뭉친 것을 보여주시는데 상당히 흥미로왔다. 그리고 노자가 자신이 가진 세가지 보배로 사랑과 검소함과 나서지 않음을 꼽은 것은 내 삶에도 적극 도입해볼 만한 것이라 여겨진다.
둘째 덕목은 貴柔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고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봄의 생명력은 부드러움에 있지만 겨울은 모든 것이 딱딱해진다. 자연의 가사 상태라고나 할수 있겠다. 노자는 자연에서 구할 수 잇는 귀유의 스승을 물이라 한다.뮬은 유약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아니하고 바위도 뚫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낮은 곳에 거한다.
세째 덕목이 謙下이다.
도덕경의 한대목을 옮겨 보자
" 강이나 바다가 온갖 하천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흐름에 있어서 스스로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의 견해만으로 보려는 사람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우기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어두우며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높이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 이 덕목은 不爭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겸하와 일맥 상통한다. 스스로 낮추는데 무슨 싸울 일이 있겠는가?
강의 중에 음탕한 생각을 가지게하는 대목이 있었다.
谷神不死 玄牝之門 用之不勤 계곡의 신이 죽지 아니하면 여성의 생식기 앞에서 아무리 사용해도 끝이 없다? 원래 의미는 마음을 비우면 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당시 민중은 아마도 이런 음탕한 표현에 더 마음이 와닿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박문현 교수님은 양산 어드메에 허름한 농가를 하나 지어 놓고 가끔 주말을 그곳에서 보내신단다. 달리 하는 것도 없이 그냥 비워내기 위해 멍청히 눈앞에 펼처진 광경을 그저 하루 종일 바라보다가 온단다. 아마도 비움을 통한 재충천의 방법아닐까? 나도 얼른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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