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아카데미 시민강좌 수강록 <마르크스의 자본>
- 동아대학교 강신준 교수 강의 -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무찌르자 공상당! 때려잡자 김일성'이란 구호가 어린 시절 기억에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뭔가 거부감이 있는 책이다. 심지어 대학 시절에 이 책은 금서 1호나 마찬가지였고 이 책을 본다는 것은 용공 분자요 빨갱이가 되려는시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반대가 공산 주의가 아니고 자본주의가 반드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아는 지금 마르크스의 <자본>은 무척 매력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마르크스의 평생의 역작이니 만큼 결코 녹록하지는 않는 책이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재미를 얻기에 적합한 책도 아닌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자본>은 결코 어려운 책은 아니다. 자본주의적 경제 현상에 대한 해설서이므로 조금 신경써서 읽으면 못읽을 것도 없는 책이다. 하지만 왜 이책이 녹록하지 않는가 하면 내가 이 책의 찬성과 반대 입장의 주장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고, 자본주의적 생활 양식에 길들여져 있을 뿐 아니라 <자본>에서 말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개인적인 기회의 창으로 여기는 등 내 스스로 수많은 바이어스를 가지고 이 책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가 노동자의 잉여 노동시간을 수탈하여 자신의 부를 확대한다는 이 책의 아주 단순한 논리는 초기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 노동자가 아닌 한 개인은 자본가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은 어조의 서술에 대한 거북한 심정들이 바로 그런 바이어스들이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자본>에 투영된 마르크스의 주장은 자본주의적인 모순의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가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강신준 교수님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본론을 번역하신 분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지금 동아 대학교에서 <자본>을 강의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마르크스적인 대안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동자 운동에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단다. 개인적으로 대학의 선배님이란 점이 더 많은 호감을 가지게 한다. 어쨌든 강신준 교수님의 강의는 정말 의외였다. 왜냐하면 혼자 공부하기에 딱딱하고 지루했던 <자본>이 강교수님의 강의 속에서는 아주 먹기 좋게 말랑말랑한 <자본>이 되어 있었다. 호쾌한 언변과 강의 스타일도 한 몫 했겠지만 우리가 IMF와 미국발 금융대란등을 통해 경험한 사회적인 문제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였기에 더욱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 마르크스의 <자본>적인 사상을 일찌감치 국민적인 교양으로 확산시킨 독일은 그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무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 교양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강교수님은 단지 자본을 강의 하는 대학 교수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대안에 대한 믿음이 있고 또 그 믿음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행동가라는 느낌이 든다.
피로사회의 수수께끼로 시작해서 인간이 인간다움은 바로 여가시간을 가졌다는 점과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말하는 당연한 상식이 왜 현실 사회에서 배반당하는지 등의 질문 때문에 모든 청중이 아주 서서히 강교수가 전하는 <자본>의 논리에 젖어 들어갔다.
마르크스가 <자본>(혹은 자본론)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유럽의 시민혁명의 발발 원인에 대한 의문과 또 왜 그런 혁명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혁명의 발생원인은 바로 노동 빈곤에 있다고 보았다.일하는 개미가 노는 베짱이 보다 가난한 것이 바로 무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혁명이 실패한 것은 대중의 열망에서 빠진 과학- 즉 구체적인 대안의 제시-에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그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는 자본주의적인 생산 양식과 그 생산양식에 상응하는 교환관계에 대해 그의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것이다. 노동 빈곤의 원인은 개인의 여가시간이 타인을 위한 노동으로 전환된 때문이며 이런 여가 시간의 전환을 노동자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해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변증법이라는 과학적 논리에 근거하여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기적으로 공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라는 자본주의 생산력의 한계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법은 생산 과잉의 해소이며 그 방법은 타인을 위한 노동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자본>은 단순한 고전을 떠나 나에게 있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책이 되었다. 왜냐하면 노동시간이라는 단어는 노동의 질이라는 단어를 연관지어 떠올리게 하고 자신을 위한 노동시간은 무엇인지(단지 생존의 우리를 탈출하기 위한 의미를 넘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소비와 무관한 타인을 위한 노동시간은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단 교수님이 신문에 연재하시는 <자본 >읽기 부터 따라가 보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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