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노래>
아,겨울이 삭아서 꽃을 내는구나.
흡사 냉장고에서 참고 있던 곰팡이가 물기을 만난 듯
사정없이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번져간다.
매화 봉우리에서 목련이 만개하고
개나리 꽃잎 뒤에 숨었던 진달래가 산등성이로 번지고
거리에는 왜놈을 죽어라 싫어라는 엽전들에게
사꾸라 같은 벚꽃이 만세 소리 메아리처럼 퍼진다.
오, 이 놀라운 3월의 멀티 태스킹
언제 부턴가 노래를 의미로 듣고
가사가 들리지 않는 노래는 소음이라 여기고
이제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남은 시간의 의미가 두려운
시나브로 그런 나이가 된 필부에게
마흔의 매운 맛을 보기 전처럼
세상을 작고 쉽게만 보며 번저 가는 저 꽃불들이
중년은 풍화된 청춘이 아니라
삭아서 더 힘차고 곪아서 더 맹렬하다 노래하며
따라 부르라 부추긴다.
아, 이 놀라운 노래
매년 반복되지만 이제는 질리지 않는 노래
3월의 오선지에는
꽃들이 음표고 마음이 다 노랫말이 되는 것을
오,삼월아 오늘 밤 니가 정말 곱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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