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山 逍遙]
봄들이 사는 산을 오르며 두 손을 가만히 모아 들면
마음으로 담은 꽃 향기가 하늘로 오르고
하늘은 신비한 진주가루를 뿌려줄 것 같다.
알라딘 램프 같은 산을 향해 짐짓 울음으로 떼를 쓰면
샛닢 가지를 살랑거리며 이 꽃 저 꽃을 노리개로 내어 놓고
주인님 대신 아기야 라고 불러 부끄러운데
발걸음 소리 잦아들면 까투리 장끼 달음박질에
후두둑 부시럭 마른 풀 호들갑을 떨고
애궂은 산짐승 겁을 내는 중년 남자가 우습다.
올라야만 했던 습관을 베낭 한켠에 눌러 놓고
이 쪽 둘레 저 쪽 둘레 바람 길 따라 걷다보면
땀은 작은 계곡이 씻기고 마른 목은 옹달샘이 달래고
지친 다리를 쉬게 하려 길모퉁이 바위에 걸터 앉으면
숨넘어가는 겨울이 나이에 얇아진 궁둥짝을 살짝 얼리며
몸이 변할 만큼 뒤로 줄 선 시간을 확인해 준다.
나는 봄산을 걷고
봄산은 나의 손을 잡아 이끌고
나의 손은 봄향기를 모두고
봄향기는 하늘에서 마법이 내리게 하니
콧노래 절로 흐르는
봄
봄산
봄길
그리고
바람같은 발걸음
한발짝 한발짝 정성을 다해
꽃앨범에 담아 보는
봄 그리고 바람같은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