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 무엇이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
그런 답을 해 줄 만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런 질문을 해주는 예의가 고맙다.
축복을 묻는 질문은 사실 '행복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축복은 복을 기원하는 것이고 행복은 복을 누리는 것이라 둘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좀 들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 좋은 사람 만나 시기를!"라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나이가 들면 실제로 이가 시리고,옆구리가 시리고 어깨가 시린 것을 느낀다. 시리다는 느낌은 고통이라기 보다는 불편하고 몸과 마음을 망가뜨릴 큰 병이 목전에 있는 것 같은 꺼림직함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런 때에 혼자서 떨지 않도록 나의 체온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얼마나 위안이 되겠는가? 그리고 굳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원하는 것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또한 고통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좋은 사람은 항상 좋은 사람, 가끔 좋은 사람 ,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 한 사람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도 좋은 사람,나에게만 좋은 사람 정도로 구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정말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나에게 누가 이 질문을 한다면 앞의 예에서 하나를 고르지 않고 다른 답을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사람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나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사람은 내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항상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강박을 가진 사람이다. 나와 인연을 맺고 살아도 해가 될 것이 없는 사람이디. 하지만 그가 속으로 쌓아 둘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는 그리 좋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가끔 좋은 사람은 그저 좋은 것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가끔 좋은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결국은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고 만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객관적으로 좋은, 착한 사람이다. 같이 어울려도 나쁠 것이 없는 사람이고 앞으로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 여지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저 나와는 별 무관한 사람이다.때문에 내가 시릴 때 그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 역시 나와는 무관한 사람이다. 만약 그가 한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 사람이라면 그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만 좋고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라면 그는 나쁜 사람이다. 한 사람을 위해 세상 진실을 외면할 수도 있는 사람이므로 좀 위험한 사람이다. 나에게도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내가 시릴 때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그가 좋은 사람임을 내가 확신할 수 잇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역시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다. 아픔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내가 인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나에게만 좋은 사람은 좀 불쌍한 사람이다.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기 위해 그가 포기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그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다해도 그로 인해 타인들에게 나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슬픈고 아픈 사람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이지만 그것이 반면 교사가 되어 내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면 그는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다. 말하자면 내가 좋은 사람이게 해주는 농약 같은 사람이랄까? 농약은 기본적으로 독약이다. 하지만 독이 약이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보면 내가 말한 답이 위의 예들 중 하나에 있어 보인다. 누구에게도 좋은 사람이 그 답일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지고 나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아픔을 나눌 뿐 아니라 때론 독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큰 정의를 위해서 때론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그렇게 해 놓고 떠난다면 그는 나쁜 사람이다. 물론 기억 속에서야 남아 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시린 구석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그는 결국 타인으로 회귀한 사람이다. 좋은 사람은 마음이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애틋한 사람이다. 그리고 웃음과 함께 눈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내게는 함께하는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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