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 관세음보살]
자비를 깨달은 저 얼굴에
왕관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천개의 구복에 매달린
인간의 욕심
저 가는 실눈이 무섭지 않은가
마음의 눈을 떠야할텐데
저 촘촘한 눈을 손에 붙이고서
어찌 자비의 손을 내밀라고
금빛 가식의 껍질에 갇혀
신음하는 부처가 보이지 않는가
사랑은 화려하지 않거늘
부처의 자비도 화려하지 않거늘
가는 실눈을 뜨고 앉아서 깨달은 자들이
시주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팔면
깨닫지 못한 깨달음이 아닌가
예수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저 삶이 축복이거늘
절간에서 나는 소리가
똑같이 흘러나오는 예배당에
자비를 이단으로 만들 사랑이 어디있는지
십자가에 피흘리며 매달린 대속의 죽음 앞에
뭐 그리 대단한 인간사가 있을까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다보면
사랑만큼 화려한 구원이 어디 있으며
더불어 있음을 깨닫고 살다보면
자비만큼 구수한 시주가 어디 있겠나
굳이 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부처에게 자유를 주고
예수에게 휴식을 주며
인간답게 살기를 한 번만 깨닫고
살아보라는 저 천금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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