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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독후감

좀머씨 이야기 - 파트릭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

 

주인공이 좀머씨라면 참으로 우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일진데 화자가 아이인지라 가벼운 동화같은 느낌으로을 받을 수 있는 묘한 소설이다. 파트릭 쥐스킨트의 작품을 대한 것은 <비둘기>로 시작되었지만 이미 영화<향수>로 작가의 기묘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우울감이 베어있는 분위기를 접했기에 <좀머씨 이야기>는 일견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작가의 글쓰기가 정말 촘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의 편집증적인 필치다. 비가 내리고 우박이 쏟아지는 장면을 거의 책의 두페이지를 할애해서 묘사하는 것에서 일단 감탄사와 함게 질린다는 느낌까지 든다.

 

막상 좀머씨에 대한 묘사가 소설 전체에서 차지하는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점머씨는 소설 어디에나 등장한다. 좀머씨에 대한 작가의 묘사처럼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호수가 바을의 움직이는 배경같은 존재로 좀머씨는 이 소설에 존재한다.  

 

패소공포증, 그리고 살기 위해서 걸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멈춤이 죽음처럼 힘든 삶. 그리고 죽음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그의 선택. 작가는 좀머씨를 죽이지만 좀머씨는 화자이자 주인공인 어린 아이의 유치하지만 심각했던 자살을 막음으로써 생의 의지를 이어가게 된다.

작가가 좀머씨를 걷게 만든건 아마도 고단한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많은 고단한 삶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남의 삶에 간섭하거나 간섭 당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그러니 나를 제발 좀 그냥 놔두시오'가 아닐까. 그들은 간섭당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이자 그들의 삶을 고단하게 하는 원인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묘사하듯 처음엔 누구나 걷는다. 다시말해  누구든 인생의 시작은 고단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삶에 길들어져 간다. 하지만 우리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 완성이든 자기 기만이든 끊임없는 피곤한 것일지도 모른다. 편히 쉬고 편히 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좀머씨의 병은 어쩌면 우리 운명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기 위해 걸어다녔지만 결국에는 죽음으로 걸어들어 가는 좀머씨의 모습으로 표현된 인간의 삶, 어쩌면 그곳에는 위대한 삶의 선택이란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드는 한 문구. 미세스 풍겔을 묘사하는 문장이다.

 " 지극히 제한된 의미에서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년과 아버지와 지금의 나를 투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