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만리 : 조정래>
이런 소설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기업 소설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포커스가 그 쪽에 맞춰진 느낌은 아니다. 대하소설이나 장편 소설 전문가답게 제법 분량이 많은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호흡이 긴 것 또한 아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의 야야기인지라 한권 씩 읽어나가면서 여운이 길지 않아 세권을 이틀 정도에 마치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다. 서점가에서 소설 부문에 잘팔리는 책인 듯하다. 그런데 그 이유는 잘모르겠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크게 재미진 것도 아니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예상 가능한 결론들을 주인공 전대광의 범위에 잘 갖다 맞춰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전대광을 주인공이라고 부르는 것도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전대광이 등장하지만 그의 변화와 입지전적인 성공을 다루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전대광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마부의 역할이고 각각의 등장 인물들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결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구조다.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재미있는 부분도 없어 '왜 이 소설이 인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은 내 안경 너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 소설의 인기 배경에는 작가의 인지도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 소설의 정체가 시류소설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아이돌 없이 TV가 돌아가지 않듯, 노래판의 대세를 끊임없이 만드는 <불후의 명곡>이 인기를 얻듯 요즘의 세계적인 대세는 중국이다. 그리고 이 중국과 가장 근접해 잇으면서 여러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대세 파악이 중요할 수 밖에 없고, 이 중요한 일을 누군가 저명한 사람이 대신해서 전해주면 좋겠다 싶은 대중의 인스탄트 심리에 잘 부합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닐까?
중국이란 어떤 나라이고, 중국인은 누구이며 이를 상대하는 한국인은 어떤 사람이고 또 일본인은 어떻게 우리와 중국과 얽혀있으며 또 이들 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미국이란 나라를 생각하고 상대하는지 그리고 유럽인의 눈으로 본 중국을 묘사합으로써 제법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깊이가 없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상대하고 있는 한국, 난징대학살을 왜곡하는 일본에 대한 중국인의 뼈속 깊은 분노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 왜곡 그것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이라는 것들을 표현하고는 있지만 너무 깊게 갈 수없는 소설이란 문학적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난징대학살을 표현하는 중국학생들의 분노만큼 우리의 동북공정에 대한 분노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분노를 좀 더 진하게 표현해 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하기야 그럴려면 소설 속의 대학생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지금 표현 된 것보다 더 어른스러워야할텐데 그것이 시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테니 그 정도가 적당한 것이었을까? 사실 소설 속의 아이들이 너무 어른스럽다. 전대광과 그 아이들과의 대화도 그렇고 조카인 송재형의 스토리도 너무 어른스럽다.
소설이다 보니 비즈니스도 지나치게 사람과 그 사람이 사용하는 관계라는 무기와 장사꾼같은 거래에 치중해 묘사하고 있다. 아마도 신문이나 인터넷 그리고 지인들로 부터 얻은 정보가 가진 원천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작가 역량이 빚은 결과인 듯하다. 사실 비즈니스의 세계의 핵심은 사람이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중국인의 경우 '꽌시'라는 인간관계의 비중이 매우 강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에 묘사된 정도의 꽌시는 한국도 매일반이고 일본은 더 심하다. 일본만큼 소개 문화가 일반적인 나라가 없고 또 그 소개인의 보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곳도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꽌시의 핵심을 좀 더 파해져 소설에 가미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2% 부족한 느낌, 거장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갈증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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