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의 부산역]
이월은 이제 막 떠난 항구가
아직 마음에 남는 지점 혹은
바다로 향하는 두려움과 함께
그 너머 신세계가 그리운 지점일런가
부산역,이 곳은 바다를 보며 꿈을 꾸고
육지를 향해 길 떠나는 아이러니의 장소
이곳 역사(驛舍)를 호형하는 자칭 옛날 봉황이
모든 출발은 항상 춥고 배 고프단다
저나 나나 한 곳에 있으면 매일반인데
그의 유식을 낯설어 하는 나는 무엇인가
이별 슬픈 보슬비도 아닌데
잠시 다녀올 기약을 하고 떠난 집인데
그냥 이대로 어디론가 떠났으면
멀지 않은 옛날에는 만주와 시베리아를 향해
떠날 수 있었을텐데
머리 속에 이미 자리잡은 단단한 국경을
머리 속에서 조차 건너지 못하는 이 빈곤함이란
지금까지 믿고 살아온
내 나라의 한 알의 돌멩이도
가슴 속에 품은 만주와 시베리아도
이제 모조품이라 변명하려드는 비겁이
용서하기 힘든 지점
터널을 지나며 소리내어 몸을 떠는 기차
어둠의 터널은 이렇듯 아픈건가 보다.
이월의 도착지엔 봄이 더딜 것이니
차리리 배를 타고 바다로 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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