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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들

봄이 그럽디다


[ 봄이 그럽디다 ]

 

누가 그럽디다,

봄에는 허물 같은 옷을 벗을 수 있어서 좋다고

추위로 숨긴 움츠린 어깨를 들킬까봐

두꺼운 외투로 가린 가난한 마음이 보일까봐

괜한 맘 쓰지 않아서 좋다고

 

누가 그럽디다,

봄에는 행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서 좋다고

아지랑이가 꽃잎을 타고 춤을 추는

그 꽃 숲에서는 왠지 우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괜한 미소도 어색하지 않아 좋다고

 

봄이 그럽디다,

지금 우리 사는 시간이 저 꽃과 같아서 좋다고

어쩌다 읽게 된 어린 시절 일기장에 숨은

여물지 않은 나이테를 감춘 마른 꽃잎의 감동처럼

여전히 품어 볼 아름다운 희망이라서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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