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병동 3층 ]
1. 프롤로그
우리 장모 80 넘어 병원에 갔더니
팔자에 없는 암이 찾아 왔다하네
의사마저 망설인 말은 결국 아끼고
몸에 돌이 생겨 아프다 전하니
이게 뭔 팔자냐 시네
고향 가시고 싶냐 여쭈니
글제~
지금 가시겠냐 여쭈니
시골 병원보다야 여가 나응께로
몸을 나숴 가시겠다네
또 한 번 의사가 망설인 그 말을 떠올리는데
원기가 업응께로 홍삼이 좋다는 사람도 더러 있던디...
어쩌는 기 조으까이 하며
눈을 감고 설풋 잠에 드신다,
노인 세월 빠르다고
암이란 놈은 좀 천천히 간다더만
눈치 없는 놈이 오장 육부를 서둘러 채워
저 오진 눈동자에
낮은 신음소리
마흔 넘은 처남들이 애기 마냥 잡은 손에
전해드는 두려움과 애처로움과 미련같은 사랑
2. 암병동 대기실
암병동 중환자실
죽음을 기다리는
희망을 키워가는
감출 수 없는 눈물과
감춘 눈물 너머 희망을 떠올리는
참 몹쓸 곳
들어 올 땐 걸어 왔던 젊은 아낙
처진 어개와 찡그린 얼굴을 휠체어에 싣고
변하지 않은 건 머리에 쓴 모자뿐이네
이곳저곳에 경포 바다 오징어처럼 널린
달관과 희망과 좌절과 눈물
더 이상 해드릴게 없다는 말이
세상 어떤 비수보다 아프고
세상 어떤 이별보다 야속한
암 병동 대기실을 나서며
참으로 쓴 담배를 입에 물고
마지막 침묵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 장모님 아직 이뻐요~”
“ 근디 왜 남자들이 안붙는다냐~”
“ 남자들 만나려면 빨리 나으셔야죠~”
“...”
“...”
3. 면회 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바라보며
동정을 보내고 있다.
조물주 보시기에 돋진 개진인데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가치 있다는 말 따위
함부로 하기 미안한 애절한 공간
앙다문 입술에 피멍처럼 맺힌 기도며
체면 없이 흐르는 신음소리
안 간다며 걱정 말라는 불안한 의지와
그럴 거라며 힘내라는 나약한 희망이 만나
그래프를 그리고 숫자를 만들고 수액이 되어
아직은 뛰고 있는 심장을 향한다.
저 세상 가도
이런 면회 시간 있으면 좋겠다는
백발노인의 말
산자가 죽어야 할까 죽은자가 살아야 할까
하긴 늘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유난히 표정 없어 보이는 간호사들
폐차장 프레스를 누르는 최씨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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